오연천 울산대학교 총장


미증유의 계엄에서 비롯된 탄핵에 따른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뒤 1년 만에 치러지는 6·3 지방선거는 새로 출범한 정부·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띠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민적 의견 투입(interest articulation) 기회로 간주하기 어려운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러한 원칙론적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정도로 선거 결과가 쉽게 예단될 수 있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민심의 향배를 쉽게 예단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이번 선거 전·후 과정에서 예전과 달리 여권의 국정쇄신과 정치적 좌표 제시 노력이 긴요하고, 야권의 정치력 복원 노력이 절박함을 말해준다. 국민의힘은 한 달여 기간 내 유권자들의 선택을 되돌리기에는 원천적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예견할 수 있는 참담한 선거 결과에 대비, 건강한 보수 가치를 실현하고 전통적 지지자들의 기대에 접근할 수 있는 근원적 체제 혁신의 밑그림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힘 행태에 진절머리를 앓고 있는 야권 지지자들조차 행정·의회 권력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여권에 대한 의미 있는 견제시스템이 존재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선거 결과가 나온 뒤 수습대책을 마련하는 때늦은 대응은 뻔한 결과를 무책임하게 간과하고 지지자들의 좌절을 증폭시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선거기간 중이라도 백지상태에서 일부 지지층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는 「환골탈태」의 구상을 제시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순풍 운항과 더불어 야권의 난맥상에 따른 반사적 이익을 얻고 있는 여권은 예견된 선거 결과에 환호작약(歡呼雀躍) 해서는 안 된다. 야권의 혼돈과 무력함에 기인한 반사적 수혜의 결과이고 정부·여당에 대한 절대적 신임이라고 해석하지 않는 냉철한 자세가 요구된다. 나아가 향후 비판적 국민의 심중까지 헤아리며 국정 운영에 임하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선거가 마무리되면 정부·여권에는 새로운 차원의 중후한 책무가 기다리고 있다. 야권과의 최소한도 수준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국정운영의 집중과 총체적 책무의 강도는 전례 없을 듯하다. 이러한 상황을 앞두고 정부·여당은 선거기간 중 핵심 국정과제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 보통 지방선거에서 그러했듯이 개별 선거구의 당선 확률을 높이기 위한 해당 지역의 선심성 공약을 극대화하는 행태는 국정 책임을 안고 있는 여권으로서 더욱 절제해야 한다.


지방선거를 전후하여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지역의 존재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중·장기 정책 구상이 모색되고, 이를 뒷받침할 정책대안이 일관성 있게 꾸준히 마련되어야 한다. 지역 살리기는 해당 자치단체의 개별적 주도만으로는 그 효과가 의문시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비효율적 자원배분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범정부적 조율과 일관된 정책 기조의 유지가 중요하다. 유력한 지사·시장의 정치력에 좌우되는 주요 기업과 국고 사업의 유치 경쟁 못지않게, 전국적 지역분업 구도하에서 한국경제의 글로벌 경쟁력을 착근할 수 있도록 현 정부의 정치적 경쟁력에 걸맞는 지역 혁신 비전이 선거기간을 거치면서 고도화될 것을 기대한다. 더 나아가서 국민소득, 지역 경제의 양극화를 개선할 수 있는 체계적 정책 탐색이 원활히 전개되어야 한다.

여권의 압승으로 귀결된다고 전제한다면 정부·여당의 시대적 소명과 책무는 야권의 분골쇄신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더욱 엄중한 수준에 이를 것이다. 그만큼 정책결정 과정에서 핵심 과업 도출과 외부 조율, 잠복된 여론의 경청을 통해 「보편적」국민 이익 추구에 한치의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 고유의 공적 체험과 잠복되어 있는 특유의 통찰력이 지방선거 이후 가시화될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