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신규 원전 예정부지인 두코바니 전경. /사진=대우건설


국내 대형 건설업체들이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원전사업을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미국과 체코, 불가리아 등 북미·유럽 국가들이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비하고 있어 원전 기술을 보유한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32개국에서 415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며, 72기가 새로 건설되고 있다. '원전 르네상스'가 다시 도래했다는 평가다.

현대건설은 2024년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7·8호기 설계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EPC(설계·조달·시공)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만료된 설계계약을 연장하며 발주처인 불가리아 정부와 사업비 확정을 위한 세부 계약조건을 조율 중이다.


올해 현대건설은 원전 수주 목표를 4조3000억원으로 세웠다. 미국 미시간주 팰리세이즈 소형모듈원전(SMR)과 전기로 제철소, 파푸아뉴기니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EPC도 연내 수주한다는 목표다.

팰리세이즈 SMR 사업은 미국 미시간주 팰리세이즈 부지에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해당 사업의 EPC를 주도하며 1조3000억원의 수주고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파푸아뉴기니 LNG 프로젝트는 연간 400만~560만t(톤)의 LNG 플랜트를 짓는 공사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해당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1970년대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20개의 국내 대형원전 건설을 주도했다"며 "해외 원전과 플랜트 사업 부문을 확대해 글로벌 에너지사업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팀코리아 투자한 대우건설, 유럽 원전 이끌어

대우건설은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구성된 '팀코리아'에 시공 주관사로 참여해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사업을 이끌고 있다. 국내에서 월성 3·4호기 건설을 시작으로 30여개 프로젝트를 수행한 대우건설은 이재명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진행 중인 베트남의 닌투언 원전 수주에도 공을 들인다.

닌투언 원전은 베트남 정부가 원전 단지 2곳(총 4기)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약 200억~250억달러(약 29조~37조원)가 투입된다. 첫 번째 원전 단지는 러시아가 따냈으나 두 번째 사업은 한국의 수주 가능성이 크다.


대우건설은 한국과 베트남이 1992년 수교를 맺기 전 1991년부터 하노이에 지사를 설립해 30년 넘게 네트워크를 쌓고 있다. 하노이 신도시 개발사업인 스타레이크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타이빈성 끼엔장신도시 사업을 진행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6차례 베트남을 방문하며 비즈니스 미팅을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국내 주요 원전 기업과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경험을 보유했고 베트남 네트워크 구축으로 원전 수주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형 원전뿐 아니라 SMR 원전 분야로 사업 영역이 넓어지며 진입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DL이앤씨는 미국 기업과 SMR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며 글로벌 원전 시장으로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GS건설도 태양광 발전과 전력 판매, 데이터센터 운영을 결합한 사업 모델을 구축해 '에너지 디벨로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이란 전쟁 후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재편 속에 원전의 위상이 높아졌다"며 "과거 중동 주요 플랜트와 정유·가스·항만 시설의 시공사로 참여한 경험이 있는 국내 건설사들은 기존 설비와 도면에 대한 이해가 높아 공기 준수와 현장 관리 역량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