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정부 생산금융 참여의 일환으로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보험업계 스타트업 지원을 전면에 내세우며 생산금융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투자에 그치지 않고 발굴·육성·협업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며 '혁신 파트너'로서 역할을 넓히는 모습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는 생산금융의 일환으로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프로그램, 직·간접 투자, 공동 사업 등 스타트업과의 접점이 업계 전반에 걸쳐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활성화…AI부터 헬스케어까지

삼성생명은 삼성금융네트웍스(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를 중심으로 대규모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인 '삼성금융 씨랩 아웃사이드(C-Lab Outside)'를 운영하고 있다. 2019년 첫 출범 이후 현재까지 누적 2000여개의 스타트업이 참여했으며 선발된 기업은 실제 사업화 및 투자까지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올해의 경우 다음달 중순 본선 진출 기업을 선정한 뒤 향후 5개월간 본사 임직원과 솔루션 공동 개발 및 사업모델 검증을 진행한다. 오는 10월 중 최종 발표회를 통해 금융사별 최우수 스타트업을 선정한다. 특히 우수 기업은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참가 기회도 얻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본선에 진출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삼성의 인프라와 체계적인 멘토링으로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시장 검증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며 "시장에서의 입증이 쉽지 않은 기업엔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 역시 스타트업 기업과의 협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교보생명은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이노스테이지'를 통해 스타트업을 발굴해 협업 연계, 전략 투자, 육성 및 성장을 돕는다. 특히 AI(인공지능), 빅데이터, 헬스케어, 교육, 문화 등 여러 영역에서 혁신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상생 생태계를 구축한 교보생명이 지난해 말 누적 기준 발굴한 기업은 2069개로 이 중 선발·육성한 기업은 84곳, 협업 건수는 184건이다.

직접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2021년 교보증권과 '교보신기술투자조합 1호 펀드'를 조성해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 운영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말 누적 기준 투자금액은 840억원으로 집계됐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향후 국내 인프라 부문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AI, 로보틱스, 바이오, 정보통신기술(ICT) 등 첨단산업 분야 유망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정부의 생산금융에 적극 참여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혁신 기술, 보험업에 접목…판도 바꾼다

삼성화재는 삼성금융 씨랩 아웃사이드 외에도 지난해 '스타트업 인사이드' 행사를 개최했다. 2024년 팁스 운영사로 선정된 뒤 삼성화재가 투자한 스타트업 기업 중 10곳이 참여해 IR(기업설명회)을 발표한 자리다.

당시 행사에선 헬스케어, 모빌리티, AI 등 여러 분야의 기업들이 자사의 혁신 기술 및 성과를 소개하며 후속 투자 유치를 위한 발표를 진행했다. 삼성화재는 향후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기업을 지속 발굴 및 육성해 투자자와 창업자를 연결하는 교류 행사를 계속 마련할 계획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올해는 각 스타트업 기업의 전문분야를 고려한 프라이빗 IR 방식으로 후속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사업연계도 기술분야, 협업수요를 고려해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DB손해보험은 보험과 기술을 결합한 '인슈어테크'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24년 5월 500억원 규모의 신기술 투자조합을 설립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혁신 스타트업과 협업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또 정부정책과 발맞춰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10개 공공기관과 전략적 협업을 강화하며 최근 4년간 975개사 발굴, 385개사 밋업(Meet-up), 53건의 사업화를 추진했다.

이같은 협업의 대표적인 사례는 '스마트글라스'를 활용한 손해사정이다. 기존에는 사고 발생 시 전문가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야 했다. 하지만 DB손보는 증강현실(AR)·혼합현실(MR) 기술을 결합해 원격으로 현장 사고 처리를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인력 부족으로 처리할 수 있던 건수가 제한적인 기존의 체계를 혁신 기술로 바꾼 것이다.

DB손보는 이같은 AR 솔루션 개발을 위해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의 '상생협력기반 혁신형도전과제'를 신청한 뒤 스타트업과관련 기술을 연구·개발(R&D)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소셜벤처 지원사업인 '교통·환경챌린지' 7기를 선발했다. 교통·환경 관련 소셜벤처를 발굴, 지원, 육성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등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는 안정적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함께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며 "단순 투자에서 벗어나 점차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는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