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베이징서 '인 차이나' 선언…현지 특화 모델로 승부(종합)
현대차부터 독일 3사까지…베이징서 '차이나 익스클루시브' 선봬
베이징=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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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세계 최대 자동차 전시회인 '오토 차이나 2026'(베이징 모터쇼)에서 기존의 보편적 모델 대신 중국 시장만을 겨냥한 전용 라인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장 사수에 나섰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독일 3사(벤츠·BMW·아우디)는 현지 생태계를 이식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조했고, BYD 등 로컬 브랜드들은 가격 경쟁력을 넘어선 기술적 우위를 과시하며 주도권 굳히기에 돌입했다.
현대자동차는 중국의 전기차(EV) 전략 모델 '아이오닉 V'를 최초 공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획 단계부터 중국 소비자 특성을 반영해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아이오닉 V는 전장 4900mm, 축간거리 2900mm로 중형급 이상의 차체를 확보했으며 1열 1078mm, 2열 1019mm의 레그룸을 통해 중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넓은 2열 공간'을 강조했다.
아이오닉 V는 현지 파트너사와의 기술 협업을 통해 현지에 최적화된 상품성을 확보했다. 아이오닉 V는 합자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와 공동 개발한 플랫폼이 적용됐다. 중국 대표 배터리 제조사 CATL과 협업한 배터리가 탑재돼 CLTC 기준 1회 충전 시 6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가진다. 중국 자율주행 기술 전문 기업 모멘타(Momenta)와 협업해 한층 진보된 ADAS 기능이 적용됐다.
개막 첫날인 24일 CATL의 쩡위친 회장과 현대차의 중국 합작 파트너인 북기그룹(BAIC)의 장젠용 동사장이 현대차 부스를 찾아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환담을 했다. 장 부회장은 장젠용 동사장에게 "가장 어려운 시장이지만 꼭 여기서 다시 한번 재기해서 성공을 만들고 싶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아이오닉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하고 좋은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을 시작으로 중국 판매량 반등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앞으로 2년 동안 EV와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를 포함해 6개 차종을 중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는 총 20개 모델을 선보인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중국은 가장 중요한 EV(전기차) 시장일뿐더러 첨단기술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다"며 "현대차의 상품에도 이런 것을 녹여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기능이나 어떤 기술을 단순히 수입만 해서는 경쟁력을 도모할 수 없다"며 "현지 파트너와 협력하는 이유도 바로 근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전통의 강자 독일 브랜드들도 '현지화' 없이는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을 드러냈다. BMW는 이번 전시를 통해 iX3 롱 휠베이스, BMW i3 롱 휠베이스, 그리고 신형 BMW 7 시리즈의 세계 최초 공개했다. BMW는 iX3를 시작으로 중국 교통 환경에 맞춰 특별히 개발된 새로운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도입한다. 2027년 말까지 신형 BMW 7 시리즈와 i3를 포함한 12개 BMW 모델에 이 시스템이 적용된다.
내부 시스템에도 중국의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BMW 운영 체제 X의 중국어 버전은 약 70%가 현지 개발 센터에서 개발됐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알리바바, 딥시크, 화웨이 등과 함께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고도화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올 뉴 전기차 GLC L이 중국 전용 사양인 5인승 및 6인승 모델을 처음 선보였다. GLC L에는 중국 하이웨이 ETC 시스템과 연동되는 내비게이션 기반 주행 보조 시스템을 갖췄다. 또한 AI 대규모 언어 모델 기반의 가상 비서 '리틀벤츠'를 통해 광둥어, 사천어 등 방언 교신을 지원한다.
신형 S-클래스는 MB.OS를 기반으로 칭화대학교와 공동 개발한 시각 언어 모델(VLM)을 도입했다. 카메라가 탑승자의 표정과 제스처를 감지해 음성 명령 없이도 실내 환경을 자동 조절하며 개인화된 엔터테인먼트를 추천하는 게 특징이다.
올라 켈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이사회 의장은 "오토 차이나는 벤츠의 강력한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에 대한 전략적 의지를 보여줄 최적의 무대"라며 "현지 고객의 선호도에 맞춘 중국 전용 모델들을 선보이고, 향후 현지 생산 및 개발을 심화해 중국을 전 세계 벤츠 혁신의 원천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 그룹은 '인 차이나, 포 차이나'(In China, For China) 전략을 바탕으로 디자인부터 디지털 콕핏,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까지 중국 고객의 니즈에 맞춘 포트폴리오를 공개했다. 올해에만 20종 이상의 전동화 모델을 중국 시장에 출시하며 현지 혁신 생태계와의 결합을 통한 시장 주도권 탈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신차 라인업에서는 각 브랜드의 기술력을 집약한 4종의 월드 프리미어 모델이 전면에 나섰다. 샤오펑(Xpeng)과 공동 개발한 순수 전기 세단 'ID. UNYX 09'를 비롯해 중국 현지 개발 아키텍처를 적용한 'ID. AURA T6', 그리고 전 세계 아우디 모델 중 최초로 레벨 3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할 예정인 '아우디 E7X'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로컬 브랜드들은 '가성비'를 넘어 '기술적 현지화'로 격차를 벌리고 있다. BYD는 이번 모터쇼에서 배터리·구동 시스템·충전 인프라를 모두 내재화한 전동화 기업의 위상을 분명히 했다. 실험실 단계에 머물던 초급속 충전 기술과 극한 환경 대응 성능을 양산차에 적용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BYD의 프리미엄 모델인 그레이트 탕(다탕)도 전시됐다. 다탕은 픽셀 디지털 헤드업 디스플레이, 전동식 사이드 스텝, 에어 서스펜션, 후륜 조향 시스템 등 프리미엄 사양을 대거 탑재했다. 2+2+3 구조의 7인승으로 2열 캡틴 시트를 기본 적용했으며 3열 역시 전동 조작과 각종 편의 기능을 갖췄다. 130.15kWh 용량의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해 CLTC 기준 850km를 주행할 수 있다. 듀얼 모터 사륜구동 시스템 최고 출력은 585kW(약 796마력)에 달한다.
지커(Zeekr)는 신형 009를 비롯해 9X, 8X 등 주력 럭셔리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기 MPV와 하이브리드 SUV를 아우르는 고급차 포트폴리오를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강조했다. 009 부분변경은 기존 모델에 더해 7인승 사양을 새롭게 추가했다. 대가족 수요를 겨냥한 모델로 실내 공간 활용성과 승차감, 편의사양 전반을 개선했다. 지커는 009를 세계 최초의 럭셔리 순수 전기 MPV로 내세우고 있다.
지리자동차그룹은 자율주행 전용 프로토타입 'EVA 캡'(EVA Cab)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족 보행 로봇 '에바'(Eva)와 세계 최초의 풀스택 900V 고전압 하이브리드 아키텍처가 관람객들을 맞이하며 지리의 광범위한 기술 생태계를 과시했다.
샤오펑(Xpeng)은 차세대 플래그십 SUV 'GX'의 처음 선보였다. GX는 샤오펑의 독자적인 'SEPA 3.0 피지컬 AI'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된 첫 모델이다. 4개의 자체 개발 AI 칩(튜링)을 탑재해 3000 TOPS(초당 테라 연산)에 달하는 압도적인 컴퓨팅 파워를 확보, 레벨 4(L4) 수준의 자율주행을 지원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자동차 시장은 단일 글로벌 표준 모델이 아닌 각 지역의 디지털 생태계와 완벽히 결합된 '현지 맞춤형 모델'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거대 내수 시장을 테스트베드 삼아 진화 중인 중국차의 공습에 맞서 글로벌 업체들의 R&D 무게추 역시 빠르게 중국 현지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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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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