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가 36년간 축적한 수십만건의 자외선 차단 데이터를 AI 처방 설계 시스템에 이식해 신제품 개발 주기를 단축하고 있다. 두피 전용 제품 등 신시장 개척을 통해 글로벌 선케어 기술 표준 주도에 나섰다. /사진=한국콜마


한국콜마가 자외선 차단제 연구개발(R&D)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처방 설계 시스템을 구축하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36년간 축적한 자체 처방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해 제품 개발 체계를 디지털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AI 기반의 선케어 설계 역량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한국콜마의 전략을 AI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처방 설계는 물론 사후 관리까지 확장한 '선케어 2.0'으로 평가한다. 차단 성능 경쟁에 머물던 기존 선케어 1.0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28일 한국콜마에 따르면 종합기술원 산하 UV테크이노베이션연구소는 'AI 기반 개인 맞춤형 처방 설계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연구원이 수개월에 걸쳐 진행하던 성분 조합 실험을 AI가 기후, 피부 상태, 자외선 패턴 등 수천가지 변수를 계산해 단시간에 최적화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연구 인력의 숙련도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정밀 처방 개발 설계를 확립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한국콜마가 추진하는 AI 기술의 경쟁력은 장기간 축적한 자체 처방 데이터와 현장 적용 경험에 있다. 회사 측은 36년 동안 4800여개 고객사와 협업하며 쌓은 자외선 관련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했다는 점이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실험 전 단계에서 최적의 원료 배합 비율을 자동으로 설계함으로써 R&D 비용을 줄이고 신제품 출시 주기를 앞당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자체 처방 데이터가 후발주자가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려운 기술적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자외선 차단 적용 범위도 기존 얼굴·바디 중심에서 두피 등 다른 영역으로 넓히고 있다. 한국콜마는 최근 두피 전용 자외선 차단제인 '스칼프 선에센스' 개발에 성공했다. 물과 기름 성분의 배합 비율을 최적화해 자외선 차단 성분 특유의 끈적임을 해결한 것이 특징이다. 회사 측은 이러한 신규 제형 개발 과정에 복합적인 배합 조건을 빠르게 검토하는 AI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콜마는 자외선 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소재 개발에 AI 시뮬레이션을 도입했다. 글로벌 화학기업 이스트만과 공동 개발 중인 미세플라스틱 대체 소재 성능 예측에 AI를 활용해 검증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신소재의 안전성과 차단 성능을 실험 전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해 연구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선케어 시장의 성장세는 한국콜마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선케어 시장은 2026년 161억2000만달러(약 23조7400억원)에서 2034년 256억3000만달러(약 37조7450억원) 규모로 연평균 약 6% 성장이 예견된다.

한국콜마는 향후 이 기술을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해 실시간 피부 상태에 따라 자외선 차단제 재도포 시점을 안내하는 서비스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화장품 제조를 넘어 데이터 자산을 핵심 경쟁력으로 하는 '디지털 헬스 솔루션'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구상이다. 선케어를 제품 중심에서 데이터 기반 관리 서비스로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자외선 차단제는 피부와 빛의 상호작용을 설계하는 과학 영역"이라며 "AI를 통해 글로벌 선케어 기술의 표준을 주도하는 핵심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