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광장/정용관]"공소 취소 원치 않는다"…그런 당당함 볼 수 있다면
공소 취소 논란은 '법리' 아닌 '권력의 태도' 문제
침묵은 '암묵적 메시지'로 읽혀
설령 억울함 있더라도
법(法)과 술(術), 무엇을 앞세울지 깊이 고민할 때
정용관 시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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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조작기소'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곧 활동을 끝낸다. "검찰이 정적 제거에 부역했다" "연어 술 파티가 있었느냐" 등 여야의 반응과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일반 국민으로선 진실이 무엇인지 더 헷갈릴 지경이다. 이쯤에서 남는 질문은 하나다. 권력은 자기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밟아달라며 "모든 권력은 제도적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당연한 말이다. 권력은 의지로 통제되지 않는다. 제도로만 통제된다. 그것이 법치와 공화주의의 출발점이다. 10년째 공석인 특별감찰관은 임명하면 된다. 그건 앞으로의 일이다. 여야 몫을 따질 사안도 아니다. 대통령 가족과 측근을 감시하는 자리라면, 차라리 변협 등 외부 추천을 통해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편이 낫다.
문제의 핵심은 따로 있다. 민주당은 "특검을 통한 정치검찰 응징"을 벼르고 있다. 이를 통해 대통령 관련 사건들에 대한 '공소 취소'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문제는 예민하다. 정치 공방을 넘어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견제와 균형이라는 통치 원리의 근본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했던 미국 특별검사 사례를 들며 공소 취소 법리를 검토해 왔다. 그러나 단순 비교는 성립하기 어렵다. 미국에선 '추후 재기소 가능'을 전제로 법원의 승인을 받는다. 법원 통제라는 장치가 전제돼 있다. 반면 우리의 공소 취소는 담당 검사의 판단으로 사실상 사건을 끝내는 효과를 갖는다. 이를 그대로 끌어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이 대통령을 수사한 검사들이 스스로 공소 취소를 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래서 거론되는 방식이 특검을 통한 공소 취소다. 특검은 국회 입법 사안이지만 결국 대통령이 임명한다. 만약 특검을 통한 공소 취소가 실제로 추진된다면, 이는 살아 있는 권력의 '자기 면책'으로 비칠 공산이 크다. 설령 내용적으로 당위성이 인정되고 형식적으로 적법하다 해도, 그런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그런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 시절에도, 대통령이 된 뒤에도 사법 문제는 누구도 쉽게 입에 올리지 못하는 의제라고 한다. 금기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 스스로 "증거 조작, 사건 조작은 일반 범죄자가 저지르는 강도나 납치·살인보다 더 나쁜 짓"이라고 했다. 최근엔 2022년 대선 당시 언론 보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필자 주변에는 대통령이 그런 정도까지 얘기할 정도라면 "정말 억울한 것 같다"고 말하는 보수 인사들도 있다. 집권 내내 자신의 머리 한쪽을 짓누를 '악성 혹'을 떼어내려는 여론 빌드업 과정이라는 비판도 있다. 답답한 심정에 진실을 명확히 가를 제3의 권위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그 역할을 해 줄 주체가 현실에 없다는 게 문제다.
이 대통령은 여전히 공소 취소 자체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최고 권력자의 침묵은 암묵적 메시지로 읽힌다.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인권을 보호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이 문제는 개인의 억울함 차원을 넘어선다.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상상을 해본다. "조작 기소의 실체를 확인했다"는 것이 민주당의 자체 평가라면, 오히려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국정조사 특위 종료 시점에 맞춰 단 한 줄의 메시지를 내는 것이다. "내 문제는 우리 형사사법 시스템의 절차와 판단에 맡기겠다. 특검을 통한 공소 취소는 원치 않는다." 권력이 스스로 '정도'를 선언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선택인 줄 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을 수사한 특검을 해고하고 정치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다만 이런 기대를 하는 것이 필자 스스로 어떤 예단을 하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사법 논란의 실체를 둘러싼 공방은 끝이 없다. 여론도 정치 성향에 따라 뒤죽박죽이다. 그럴수록 최고 권력자는 '제도의 영속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설령 억울함이 크다 해도, 여기서 멈추는 것이 더 지혜로운 선택일 수 있다. 자기 문제는 퇴임 후 우리의 일상적인 법과 제도의 판단을 받겠다는, 그런 당당하고 의연한 '권력의 태도'를 보일 때 국정도 더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법(法)과 술(術)을 어떻게 적절히 운용하느냐에 따라 권력의 운명이 갈리곤 한다. 사법 시스템과 정치 기술 중 무엇을 앞세울 것인가. 어쩌면 지금이 바로 그 갈림길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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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관 시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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