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낙농 위기가 '제도 탓'?…이승호 20년 체제 책임론
생산자단체·자조금 약 20년 겸직…굳어진 리더십, 산업 변화 대응력 잃었나
고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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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업계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이후에도 산업 기반이 약화하고 있다며 제도 보완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승호 회장이 20년 가까이 협회와 자조금을 겸직해온 구조가 위기 대응 과정에서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장기 집권 구조 속에서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유연한 전략 수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2023년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시행하고 2024년 '원유 생산량 200만톤'을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며 "정부의 약속과 달리 제도가 낙농가를 압박하는 도구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가공용 원유 물량 확대와 집유주체 총량제 도입 등 제도 시행 당시의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협회는 FTA 체제에서 관세가 사라지면서 지난해 국산 우유 자급률이 45.8%까지 떨어지고 지난 5년간 전국 낙농가의 12.2%가 폐업하는 등 산업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공용 원유 물량 확대를 위한 예산 확보 ▲유업계가 물량을 줄이지 못하도록 하는 이행강제장치 규정 명문화 ▲폐업 보상을 포함한 안정적인 출구 전략 마련 ▲우유 유통 마진 혁신을 요구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원유를 용도에 따라 음용유(흰우유)와 가공유(치즈·버터·아이스크림 등의 원료)로 분류해 가공유용 원유의 가격을 더 낮게 책정하는 제도다. 시유(음용유) 소비 감소와 원유가격 상승에 따른 글로벌 경쟁력 저하, 수입산 유가공품 소비 증가에 따른 원유 자급률 하락 등 악화하는 낙농산업 기반을 회복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유업계는 현행 수급 구조상 차등가격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유가공업체들은 쿼터제에 따라 일정 물량 이상의 원유를 의무적으로 수급해야 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 재고가 남아 있어도 비싼 가격에 원유를 매입해야 하는 셈으로, 차등가격제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설명이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우유 소비가 4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할 정도로 수요가 줄어들고 있지만 기업이 공급 물량을 조절할 수 없는게 현실"이라며 "남는 원유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용도별 가격 차등은 불가피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다른 유업계 관계자도 "대부분 업체에서 음용유가 남는 상황으로 이를 분말로 만들어 보관하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이 든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익은 제조사가 떠안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필요 이상으로 원유를 받아야 하는 구조에서는 차등가격제 같은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차등가격제 도입 이후 수요 감소와 시장 변화가 이어졌음에도 산업 차원의 대응 전략이 충분히 제시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관련 단체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산자단체인 협회와 소비 촉진을 담당하는 자조금관리위원회 모두 시장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평가다.
이를 두고 이승호 회장의 장기 집권으로 리더십이 고착화되면서 대응력이 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회장은 2004년부터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2006년부터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 제안을 주도하는 생산자단체와 연간 수백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자조금의 수장을 한 인사가 20년 가까이 동시 역임하면서 조직 내 건전한 비판이나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유연한 전략 수정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측은 관련 질의에 대해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내부 논의를 거쳐 추후 입장을 정리해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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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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