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전자 노조 내부 갈등이 시간을 거듭할수록 격화하고 있다. 교섭 영향력이 반도체 부문 중심으로 커지면서 비반도체 사업부의 소외감과 불만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노조 단결력이 투쟁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내부 균열이 계속될 경우 총파업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에 교섭 배제 협박성 발언 등에 관해 사과하라는 내용을 골자로 공문을 보냈다.

전삼노는 "DX(디바이스경험) 사업부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호석 지부장은 '삼성전자 임협 DX 토론방' 등을 통해 전달되는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 수렴하기 위한 정당한 소통 활동을 수행해왔다"며 "그러나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이러한 소통 과정을 문제 삼으면서 사과가 없을 시 '교섭에서 배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고 했다.


DX부문은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가전사업을 담당하는 곳이다. 현재 노사 협상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DX부문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불만이 커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전삼노는 "(최승호 위원장의 발언은) 단순히 개인에 대한 공격을 넘어 DX 사업부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교섭 테이블에서 지워버리겠다는 행위"라며 "내부의 정당한 목소리를 '교섭 배제'라는 압박으로 입막음하려는 태도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하고, 현장의 정당한 소통 활동에 '교섭 배제'를 언급하며 사과를 종용한 발언을 사과해달라"고 역설했다.


DX조합원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의 공동교섭단 이탈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당초 초기업노조·전삼노·동행으로 공동교섭단이 구성됐으나, 동행노조는 자신들의 목소리가 소외되고 있다는 이유로 참여 종료를 선언했다. 이어 지난 6일에는 초기업노조 등에 교섭 정보 공유와 공식 사과 비하 발언 중단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동행노조는 "과거 초기업노조는 과반 조합이라는 권한을 남용해 동행노조 의견을 고의로 무시 및 배제하거나 비하 등을 지속했다"며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교섭 정보나 상황 공유를 거부하거나 동행노조 조합원들을 향한 불이익 발전·비하 등을 계속하는 경우 노동위원회 시정 신청 및 민·형사상 가능한 법적 조치와 강력한 대응을 즉각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노 갈등이 연쇄적으로 불거지면서 오는 21일 계획된 총파업 동력 역시 상실될 수 있단 분석이다. 통상 노조 쟁의행위는 서로 간의 결집력이 뒷받침될 때 효과가 배가 되는데 현재 예고된 총파업은 특정 부문을 위한 것인 만큼 파업 명분과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3년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동시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조직의 연대와 단결이 있었다는 평가가 있다.

사내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자 경영진 역시 사태 진압에 나서고 있다.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은 전날 사내게시판을 통해 임금 교섭으로 지친 임직원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두 사람은 "엄중한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미래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경영진 모두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임직원 여러분도 우리의 미래 경쟁력이 손실되지 않도록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해달라. 회사도 열린 자세로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 노조는 회사가 자신들의 성과급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성과급 상한제 폐지,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등을 제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