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위로 끝난 개헌…결국 정치의 실패다
동행미디어 시대
1,118
공유하기
국민의힘을 뺀 여야 6개 정당이 공동 발의한 개헌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8일 본회의에서 "6·3 지방선거 개헌 투표를 위한 절차는 오늘로써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국민의힘이 표결 불참에 이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로 맞서기로 하자 더 이상 절차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써 39년 된 헌법을 바꾸려는 시도는 또다시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
지난달 초 발의된 개헌안에는 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 정신 계승 명시, 국가의 지역균형발전 의무 구체화 등이 담겼다. 내용만 놓고 보면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사안들이다. 합의 가능한 내용부터 추진하자는 이른바 '단계적 개헌'이 동력을 얻을 수도 있었지만 정치 현실이 이를 받쳐주지 못했다.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둘러싼 갈등 속에 국민의힘은 개헌 논의에서 이탈했고, 개헌 반대를 '계엄 옹호'와 연결한 여권의 대응은 감정의 골만 더 깊게 만들었다. 국민적 관심이 그리 높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불신까지 커지면서 무산은 예견된 수순에 가까웠다.
헌법이 개헌 요건을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으로 엄격히 규정한 것은 사실상 여야 합의를 전제로 하라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결과는 특정 정당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 전반의 실패에 가깝다. 국민의힘이 오락가락하다 개헌 논의에 불참하고 당론으로 표결을 거부한 책임이 가볍지 않지만, 민주당 역시 설득과 조율에 충분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100석이 넘는 제1야당과의 충분한 교감 없이 이탈표만 기대한 접근은 애초에 무리였다.
개헌은 오랫동안 '필요하지만 지금은 아닌 일'로 미뤄져 왔다. 그러나 1987년 체제의 헌법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은 이미 널리 공유돼 있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2028년 총선이 가시권에 들어오면 개헌 논의는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사실 지방선거 이후라고 해서 개헌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정치 환경이 조성될지도 불투명하다.
1987년 9차 개헌 당시 정치권은 의석수에 상관없이 여야 동수의 8인 정치회담을 통해 한 달 만에 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때는 대통령 직선제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시대적 에너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반 국민들의 관심은 미적지근하고 정치권은 내란 세력이네 아니네 하며 극단 대치를 이어가는 실정이다.
개헌은 단기적 정치 지형이나 유불리를 넘어 국가 대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중대한 과제다. 낡은 틀을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가. 이번에 논의됐던 헌법 전문과 계엄 통제뿐 아니라 권력구조 개편까지 함께 올려놓고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가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 역시 개헌으로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야가 다시 그 출발선에 서지 못한다면, 개헌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언젠가는 해야 할 일'로만 남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