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가 끝내 특별성과급 재원 배분 방식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2차 사후조정 협상이 결렬됐다. 사진은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20일 노사협상 결렬에 따른 총파업 강행 입장을 밝힌 뒤 협상장을 떠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이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가운데 노조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전체 직원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노조가 특정 사업 부문을 대변한단 지적이 줄곧 제기됐음에도 2차 사후조정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협상 과정서 모바일·가전 사업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목소리가 배제됐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 과정서 신뢰를 잃은 만큼 노조가 분리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0일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는 삼성전자 노사의 2차 사후조정이 결렬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핵심 쟁점은 반도체(DS) 부문 특별성과급 재원 배분 방식이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정하고 이 가운데 70%를 DS 부문 공통 재원으로, 나머지 30%를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DS 부문 전체 성과를 우선 반영한 뒤 개별 사업부에 재원을 배분하자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공통 배분 비율이 과도할 경우 성과주의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단 우려에 수락하지 않았다.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도 같은 DS 부문이란 이유 만으로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을 옳지 않다는 것이다.
반도체 불황 시기 회사를 뒷받침해 오던 DX부문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으며 내홍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삼성전자노동조합 및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DX 차별금지 등을 주장하며 'DX 부문 노동자 6대 핵심 요구사항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이 같은 노조의 과도한 비메모리 챙기기는 DX 부문과의 갈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DX 부문 직원들은 노조가 DS 부문 성과급 확대에 집중하며 사실상 본인들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있다고 반발해 왔다.

2차 사후조정땐 DX 부문의 안건이 일정부분 수용될 수 있단 희망도 있었다. 지난 18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텔레그램 '초기업 소통방'에 "마무리되면 노조 분리를 고민해보자"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파장이 확대되자 최 위원장은 해당 글을 삭제하고 사과했지만 사실상 최 위원장이 DX 부문 5만명의 목소리를 배제한 것이라는 불만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DX 부문과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최 위원장이 요구안을 조정할 것이란 의견도 제기할 수 있단 의견도 제기됐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DS 부문 중심의 요구안을 고수했고 내홍은 더 깊어졌다. 지난 15일 DX 부문 직원들로 구성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대응연대)는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 제기한 데 이어 이날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섭요구안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사측을 향해 노조의 요구안을 수용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갈등은 초기업노조가 전체 직원을 대표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며 "DX 부문과의 갈등을 해소하지 않으면 노조 분리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