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원들이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단체교섭 청구 소송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 따른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최유빈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HD현대중공업이 하청노조에 대한 교섭의무가 없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개정 이전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안인 만큼 종전 법리가 타당하다고 보고 하청노조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청노조는 원청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한다며 2016년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2017년 1월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HD현대중공업이 하청노조의 노조 활동, 산업안전 등에 대해 교섭 의무를 지는지 여부였다.

앞서 2018년 1·2심은 HD현대중공업과 하청 노동자 간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노조 청구를 배척했다. 하청업체들이 독립된 급여체계와 인사권을 행사했고, 원청의 지침 등은 도급인으로서의 요구사항 전달일 뿐 실질적 업무지시가 아니라고 봤다.


원심은 원청의 지배·개입에 따른 '부당노동행위 책임'(2010년 대법원 판례)과 단체협약을 체결할 '단체교섭 의무'는 별개라고 판단했다. 하청노조 활동을 방해해 책임을 지는 것과 직접 교섭 상대방이 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올해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이전의 분쟁이어서 개정법이 직접 적용되지는 않았다. 사용자 범위를 확대한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하청 교섭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대법원의 이번 원청 사용자성 판단은 관심을 모았다.


대법원은 "원청이 하청노조에 대해 지배·개입하지 않을 의무 등 소극적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단체협약의 체결을 위해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해석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관 4인의 반대의견도 있었다. 이흥구·오경미·신숙희·마용주 대법관은 "근로조건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수급근로자의 노조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