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비껴간 대법 판결…HD현대중 노조 '강경투쟁' 예고(종합)
9년 만의 최종 기각, 대법 "구 노조법 적용, 적극적 교섭의무는 별개"
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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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원청회사인 HD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노조는 즉각 반발하며 원청에 대한 교섭 요구를 이어가기로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개정 이전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안인 만큼 종전 법리가 타당하다고 보고 하청노조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청노조는 원청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한다며 2016년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2017년 1월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HD현대중공업이 하청노조의 노조 활동, 산업안전 등에 대해 교섭 의무를 지는지 여부였다.
2018년 1·2심은 HD현대중공업과 하청 노동자 간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노조 청구를 배척했다. 하청업체들이 독립된 급여체계와 인사권을 행사했고, 원청의 지침 등은 도급인으로서의 요구사항 전달일 뿐 실질적 업무지시가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 사건이 2016년 단체교섭 거부를 문제 삼은 사건이기 때문에 개정 노동조합법이 아니라 2016년 당시의 구 노동조합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이유다.
대법원은 "사법의 본질은 구체적 사건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므로 구체적 사건과 무관한 추상적 법리를 선언할 수는 없다"며 "향후 개정 노조법이 적용되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입법 목적에 맞게 새로 추가된 조문의 개념을 해석하면 충분하다"고 했다.
다만 주심인 오경미 대법관을 비롯한 이흥구·신숙희·마용주 대법관 4명은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따라 하청 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근로조건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수급근로자의 노조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하도급 노동자에 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넓히는 것을 골자로 하는 노란봉투법 시행 전 분쟁이어서 개정법이 직접 적용되지는 않았다. 법원은 원청의 영향력이 곧바로 불법파견으로 해석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짚으며 현장의 불안감을 완화하고자 했으나 법과 판례의 시차로 인한 산업 현장의 갈등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이 과거 법 체제에 한정된 것일 뿐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오세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장은 "오늘 대법원은 소송을 통해서는 하청 노동자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너희 실력으로 싸워서 원청 교섭을 해보라고 수많은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HD현대중공업 원청에 맞서 당당히 싸워서 반드시 우리의 힘으로 원천 교섭 쟁취하겠다"고 말했다.
원청 소속인 HD현대중공업 노조도 하청노조와 연대 의지를 밝혔다. 김동화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은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하청 노동자들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는 현장의 기대가 컸는데, 대법원이 하청 노동자들의 희망과 발판을 무참히 짓밟는 판결을 내려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김 지부장은 "정부는 하청 노동자도 똑같은 인간이라 말해왔지만 오늘 판결은 명백한 차별"이라며 "이번 판결에 굴하지 않고 정규직 노조가 하청 노조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원·하청 연대 투쟁을 강력히 전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원청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달라진 만큼 원·하청 교섭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향후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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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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