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부문 피플팀장 부사장(왼쪽부터)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정연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약 6개월간의 진통 끝에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성과급 체계를 둘러싼 장기 갈등으로 총파업 위기까지 갔지만, 노사 간 지속적인 소통 노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맞물리며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중재 속 자율 교섭을 통해 임금협약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번 결정으로 이날부터 다음 달 7일까지 계획했던 총파업은 유보됐으며, 잠정 합의안은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조합의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될 방침이다.

유의미한 성과를 이끈 노사지만 타협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026년 임금 교섭이 시작됐지만 노사 모두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며 협상이 결렬됐고, 지난 3월에는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출범과 함께 5월21일 총파업을 예고해 긴장감이 높아졌다. 특히 지난달 20일에는 경기 평택캠퍼스 앞에서 4만명에 가까운 노조원들이 투쟁결의대회에 나서면서 양측의 갈등 분위기가 더 고조됐다.


이후 대화 과정도 순탄치 못했다. 지난 11~12일에는 중앙노동위원회 주관 아래 1차 사후조정을 진행, 마라톤 회의를 이어 나갔으나 접점을 찾지 못하며 총파업이 가시화하는 듯했다. 당시 노조는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상한 영구 폐지 및 제도화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이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단 입장을 보이며 협상이 무산됐다.

다행히 중노위가 14일 삼성전자 노사에 사후조정 회의 재개를 요청했고, 삼성전자 경영진도 해당 시기를 전후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물밑 대화가 이어졌다. 15일 삼성전자 사장단은 대국민 사과문과 함께 노조 대화를 촉구했으며, DS사장단은 평택 노조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소통에 나섰다. 같은 날 김영훈 고용부 장관도 노사를 찾아 양측 입장에 귀 기울였다.


16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과를 통해 사태 진압에 나서기도 했다. 이 회장은 출장에서 돌아온 직후 "모든 것은 저의 탓이고 매서운 비바람을 다 맞겠다"며 "노조와 회사는 한 몸 한 가족으로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메시지도 계속 이어졌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7일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 담화를 열고 "파업으로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정부는 긴급조정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고, 대통령실 역시 "정부는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에 이르지 않고 현명하게 갈등을 해결하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18일 여러 시도 끝에 중노위 중재 속 2차 사후조정이 진행됐다. 특히 노사는 20일 새벽까지 이어진 협상을 통해 성과급 재원, 사업부별 배분율 등으로 핵심 쟁점을 압축하며 기대감을 모았다. 다만 20일 오전 진행된 3차 사후조정에서 자율적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을 사측이 거부하며 총파업은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정부는 중재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고, 같은 날 김영훈 고용부 장관 주재로 오후 4시 경기 수원시 경기고용노동청에서 노사 교섭이 재개됐다. 총파업 직전까지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정부의 의지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결국 노사는 총파업 날짜를 약 1시간30분 남겨둔 오후 10시30분경 극적인 협상 타결 소식을 알렸다.

국민적 관심 속 오랜 시간 이어졌던 충돌이 마무리된 만큼 앞으로 국가 핵심 기업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안 서명식 이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K 민주주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 기업답게 일터에서 헌신적으로 일하고, 대한민국을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