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신현송 총재 취임 이후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고물가 압력과 원·달러 환율 불안에도 향후 파급 영향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성장률과 물가 전망을 동시에 큰 폭으로 올리고 금리 인상 소수의견도 2명 나오면서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사진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사진=뉴스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신현송 총재 취임 이후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고물가 압력과 원·달러 환율 불안에도 향후 파급 영향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성장률과 물가 전망을 동시에 큰 폭으로 올리고 소수의견이지만 금리 인상 의견도 2명 나오며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는 평가다.


한은 금통위는 28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50%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이후 약 1년간, 횟수로는 8회 연속 동결이다. 이번 회의는 지난 4월 취임한 신 총재가 처음 주재한 금통위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컸다.

고유가·고환율 부담에도 금리 묶은 한은…불확실성에 인상 속도 조절

한은은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중동전쟁 영향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진 반면 성장세는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예상보다 확대되고 있다"며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중동 사태 전개와 파급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성장·물가 영향을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국내경제 평가는 이전보다 개선됐다. 한은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투자 확대, 양호한 소비 흐름이 지속되면서 성장세가 확대됐다고 봤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올렸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8%에서 2.1%로 상향했다.

물가 전망치도 동반 상승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내년 전망치를 2.0%에서 2.3%로 상향했다.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도 2.1%에서 2.4%로 올렸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 급등 영향으로 2.6%까지 높아졌고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대 후반을 나타냈다.


한은은 "앞으로도 물가 오름세는 국제유가 상승의 파급영향이 확대되는 가운데 소득 증가에 따른 수요측 압력도 점차 증대되면서 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미 달러화 강세와 외국인 주식 순매도 지속 등으로 1500원 내외 수준으로 다시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와 주택 관련 대출 증가폭 확대도 금융안정 측면의 부담으로 꼽혔다.

금리는 묶었지만 인상 신호 뚜렷…금통위원 전망도 달라졌다

이번 결정은 시장이 예상한 '매파적 동결'에 가까웠다. 금통위원 7명 가운데 5명은 기준금리 동결에 찬성했지만 장용성 위원과 유상대 위원은 기준금리를 2.75%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 4월 만장일치 동결과 비교하면 금통위 내부에서 인상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도 인상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지난 2월만 해도 금통위원들이 제시한 전망은 현재 수준인 연 2.50% 유지에 가장 많이 몰려 있었고, 연 2.7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은 일부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는 6개월 뒤 기준금리가 연 3.00%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연 3.25%까지 염두에 둔 전망도 나왔다. 금통위원 상당수가 향후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높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금통위를 '매파적 동결'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로 성장률 전망이 높아진 만큼 통화완화 필요성은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동 전쟁이 공급 충격 성격을 띠는 만큼 5월 즉시 인상보다는 동결 후 인상 신호에 무게가 실렸다.

한은도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문에서 "물가상승률이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성장은 중동전쟁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견조한 개선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물가상승 압력의 확대 정도와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