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유관기관장 인선에서 관료 출신 중심의 흐름이 약해지고 민간 금융사와 학계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수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금융 유관기관장 인선에서 관료 출신 중심의 흐름이 약해지고 민간 금융사와 학계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수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최근 청와대가 관료 출신 인사의 금융권행을 자제하도록 하는 기조를 보이면서 주요 금융 유관기관 인선에서도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민간 출신 인사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4일 이동철 전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차기 협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오는 16일 임시총회 의결을 거쳐 최종 선임되면 3년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그동안 여신금융협회장은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주로 맡아왔다. 김주현 전 회장(12대)과 정완규 현 회장(13대)은 모두 금융위원회 관료 출신이다. 그러나 이번 인선에서는 카드업계 경영 경험을 갖춘 민간 출신 인사가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인선 기류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보험권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화재보험협회는 최근 차기 이사장 후보로 김기환 전 KB손해보험 대표를 추천했다. 김 전 대표는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과 KB손해보험 대표를 지낸 업계 출신 인사다.

이밖에 보험연구원은 지난 2월 제7대 원장으로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를 선임했다. 김 원장은 보험·연금 분야 연구 경험을 갖춘 학계 출신 인사다.


반면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의 입지는 이전보다 좁아지는 분위기다. 과거 금융권 협회장과 유관기관장 자리는 금융위, 금융감독원 등 당국 출신 인사들이 퇴임 후 이동하는 대표적인 자리로 여겨졌다. 당국과의 소통 능력, 정책 이해도 등이 강점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금융권 인선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여신협회장 공모에 앞서 청와대와 금융위로부터 관료 출신 인사들의 후보 지원을 자제해 달라는 취지의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업계 안에서는 당국 대응 능력뿐 아니라 회원사의 사업 구조와 수익성, 시장 변화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 당국과의 가교 역할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업권의 성장과 규제 대응, 수익성 방안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올해 말 예정된 주요 금융협회장 인선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은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특히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전통적으로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회장을 맡아온 자리로 꼽힌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은 기획재정부 출신이고,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은 금융위원회와 한국예탁결제원을 거쳤다. 차기 인선에서도 관료 출신 인사가 다시 힘을 받을지, 민간 금융사·학계 출신 인사로 무게중심이 옮겨갈지가 눈길을 끈다.

은행연합회 역시 관심 대상이다. 조용병 회장은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민간 금융사 최고경영자 출신이다. 은행권은 가계부채 관리, 생산적 금융 확대 등 정책 현안이 산적한 만큼 차기 회장 인선에서도 당국과의 소통 능력과 업권 이해도를 함께 갖춘 인물이 요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 유관기관장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과거보다 넓어지면서 인선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며 "정책 이해도와 함께 업권 현안에 대한 실무 감각, 회원사 이해 조정 능력이 중요해진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