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신입·수습 회계사가 맡던 단순 반복 업무가 줄어든 만큼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을 시장 수요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개최한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최 회장은 "현재 우리 경제 규모에 비춰볼 때 연간 1150명의 합격생은 과한 것이 분명하다"며 "회계학회 연구 결과 국내 경제 규모에 적합한 선발 인원은 700~800명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자료 수집과 분석 등 신입 회계사가 주로 맡아온 업무를 대체하면서 회계법인의 신규 채용 수요가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숙련된 회계사를 확보하려면 회계법인들이 당장의 비용만 따지지 말고 수습 회계사를 지속적으로 채용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간 수습기관을 찾지 못한 회계사는 현재 약 100명으로 파악됐다. 관련 규정 개정과 금융위원회 고시 등을 거쳐 실제 회계법인 배정은 오는 11월쯤 이뤄질 전망이다.
최 회장은 다만 미지정 회계사를 회계법인에 의무 배정하는 방식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봤다. 합격생 대부분이 중견·중소 회계법인보다 대형 회계법인인 빅4를 선호하는 데다 수습 회계사의 높은 초임도 회계법인의 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도 청년 실업과 시험 준비생을 고려하면 많이 뽑아야 하지만 회계시장 상황을 보면 적게 뽑아야 하는 양면적인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당장 700~800명까지 줄어들지는 않더라도 오는 11월 내년도 선발 인원 결정에 이런 사정이 충분히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회장과의 일문일답.
Q. AI가 회계업계에 미칠 영향과 회계사회의 대응 방안은.
▶AI와 회계사의 관계는 소멸의 문제가 아니라 전환의 문제다. 단순 반복적인 일은 AI가 할 수 있지만 최종적인 가치 판단과 윤리적인 판단은 AI가 할 수 없다. 공인회계사의 업무는 훨씬 더 질적으로 고도화될 것이다. 빅4는 재정적·인적 자원이 있어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감사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중견·중소 회계법인은 그런 여력이 부족하다. 회계사회가 주관해 여러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고 관련 교육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
Q.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장기 미지정 회계사 배정 방안으로 수습난을 해결할 수 있나.
▶금융위 발표는 2년 동안 노력했는데도 수습 기회를 찾지 못한 회계사가 있다면 회계법인에 강제로 배정해서라도 수습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합격생들은 전원이 가능하면 빅4에서 수습하고 싶어 한다. 중견·중소 회계법인에서 수습하다가도 1년이 지나면 다시 빅4에 지원한다. 근본적인 답은 합격생들이 원하는 빅4에서 수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다만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정부와 회계법인, 회계사회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
Q. 수습 회계사 채용 문제를 풀기 위한 별도의 구상이 있나.
▶아이디어를 하나 갖고 있지만 공개하면 파장이 있을 수 있어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현재 빅4에 들어가는 수습 회계사의 연봉이 6500만~7000만원 수준이다. 2017~2018년 회계개혁 과정에서 지정감사제가 도입되고 감사보수가 좋아지면서 사람이 부족해졌고 회계법인들이 경쟁적으로 수습 회계사를 뽑다 보니 인건비가 올라갔다. 그러나 이 구조가 지속 가능한 모델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회계법인들도 어려워 높은 연봉을 주면서 수습 회계사를 많이 뽑기 힘들다. 다만 이를 조정하면 기존 회계사의 처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대화가 쉽지 않다. 장기적으로 이런 문제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풀 수 있는 방정식이 필요하다.
Q. 국내 경제 규모에 적합한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우리 경제 규모에 비춰볼 때 1150명의 합격생 수는 과한 것이 분명하다. 회계학회 교수들에게 연구를 의뢰한 결과 한국 경제 규모에 적합한 회계사 선발 인원은 700~800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한일 회계사회 회의를 위해 일본에 갔는데 일본은 경제 규모가 한국의 약 3배이고 연간 회계사 선발 인원은 1650명 수준이었다. 한국이 1150명을 선발하는 것은 규모에 비해 많은 측면이 있다.
Q. 내년도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이 1000명 아래로 내려갈 수 있나.
▶정부 입장에서 보면 요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청년 실업이다. 대학생이나 시험 준비생을 생각하면 더 많이 뽑아야 하지만 회계시장 상황을 보면 적게 뽑아야 한다. 이런 양면성이 있어 정부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계속 경제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이 선발했을 때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도 정부가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오는 11월 내년도 선발 인원을 발표할 때 이런 고민이 충분히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회계사회도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최근 국내 증시 상승에 회계 투명성 개선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주가지수가 상승하는 데 회계 투명성이 좋아진 것도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외국인 투자자들과 대화해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이유는 네 가지다. 남북 분단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 한국 정치의 후진성에서 오는 정치적 위험, 재벌 중심 소유구조에 따른 지배구조 문제, 회계 불투명성이다. 지정학적 문제와 정치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지만 지배구조와 회계 투명성은 우리의 노력으로 개선할 수 있다. 지난 2~3년간 상법이 세 차례 개정됐고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지정감사제가 도입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를 보면서 한국이 자본시장을 제대로 육성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재평가한 결과가 현재 증시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Q. 제48대 회장 선거에 단독 입후보해 연임한 배경을 어떻게 평가하나.
▶ 회원들이 지금 벌여놓은 일들이 국가 경제와 회계 분야에서 너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새로 온 사람이 이를 마무리할 가능성과 현재 추진하는 사람이 달성할 가능성을 비교했을 것이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사람이 과제를 달성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평가해 다른 후보자들이 나오지 않은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지고 어깨도 무겁다.
Q. 지방자치단체 민간위탁사업 회계감사를 규모에 따라 회계사와 세무사가 나눠 맡는 방안은 가능한가.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명칭을 결산서 검사라고 하든 회계감사라고 하든 업무 내용이 감사의 성격이라면 공인회계사 외에는 해서는 안 된다. 세무사 측은 명칭을 결산서 검사라고 바꾸고 있다. 대법원도 조례의 모법인 지방자치법에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재량권을 넓혀주는 차원에서 판단한 것으로 본다. 감사와 검사를 구분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국회의원들도 큰 사업은 회계사가 하고 작은 사업은 세무사에게 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법과 원칙의 문제는 깨뜨릴 수 없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양보할 부분이 있다면 양보할 수 있다.
Q. 세무사회에 공식 협의를 제안할 의향이 있나.
▶세무사회장에게 몇 차례 만나서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깨닫지 못한 부분을 상대방이 알려줄 수 있고 이를 반영해 함께 사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법과 원칙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상생하는 것이 좋다. 이 자리에서 세무사회장에게 공식적으로 제안한다. 양측이 실무팀을 구성해 모든 이슈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결론을 찾아가자. 뒤에서 싸우면 국민만 피곤하다. 합법적인 방법으로 합의점을 찾아가자.
Q. 회계기본법을 계속 추진할 계획인가.
▶회계기본법에 대해 일부에서 내용을 오해하고 있다. 회계기본법이 제정된다고 감사 대상이 넓어지거나 좁아지는 것이 아니다. 법인 형태와 관계없이 기본적인 회계 기준에 따라 장부를 작성하도록 원칙을 정하자는 것이다. 회계기본법도 앞으로 10년 뒤 한국 사회가 투명한 사회로 가는 고속도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 공인회계사의 밥그릇을 넓히기 위한 법이 아니다.
Q. 감사시장 과당경쟁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추진하고 있나.
▶금융감독원이 최근 감사 대표들을 모아 간담회를 열었고 강한 경고를 내놨다. 감사시간이나 감사보수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특별감리를 실시하겠다는 취지다. 나는 정부에 상식 밖의 수준으로 감사보수를 할인해 수임하는 회계법인은 지정감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다소 과격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과당경쟁이 사라지기 어렵다고 본다. 정부가 수용할지는 모르지만 이런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과당경쟁을 막아야 한다.
Q. 회계사회가 해당 회계법인을 지정감사 대상에서 제외할 권한이 있나.
▶회계사회에는 그런 권한이 없다. 정부가 해야 한다. 지정감사는 정부가 운영하고 있다.
Q. 지정감사 대상 제외만으로 감사 품질 저하와 업무 과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감사 비용은 비용이 아니다. 회계 투명성이 높아지면 기업가치도 높아지는 만큼 기업가치를 높이는 투자다. 기업들이 이런 인식으로 전환해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다. 기업이 감사 비용만 보지 않고 감사를 잘할 수 있는 회계법인과 계약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우리 회계사들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 과당경쟁으로 감사보수가 떨어지면 회계사를 적게 뽑게 되고, 적은 인원으로 일을 해야 하니 기존 회계사의 업무량이 증가한다.
Q. 최근 회계법인에서 발생한 과로 관련 사건의 후속 조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해당 사건은 현재 고용노동부가 계속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회계사회도 준법감시인들을 모아 회의를 했고 청년 회계사들과 간담회를 열어 문제를 파악하고 건의사항을 정리하고 있다.
Q. 세계회계사대회를 한국이 유치한 배경과 한국 회계산업의 강점은 무엇인가.
▶그럼에도 세계회계사연맹이 한국을 개최국으로 선정한 이유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지정감사제를 한국이 어떻게 도입했는지에 대한 관심이 컸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정감사제 도입이 외국 회계사들이 한국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한국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며 성숙도를 보여준 것처럼 회계 분야에서도 어려운 제도를 도입한 경험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본다.
Q. 제2기 임기 동안 지역 회계사 조직을 어떻게 활성화할 계획인가.
▶전체 공인회계사 약 2만8000명 가운데 수도권에 약 90%가 있고 지방에는 약 10%가 있다. 과거에는 지방에서 활동하는 회계사들에게 충분히 신경 쓰지 못한 측면이 있다. 서울시 조례 문제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개정 움직임을 겪으면서 중앙회가 모든 지역 현안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지역 밀착형 감사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방공인회계사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도 사회적 위치에 맞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지역 주민들과 유대관계를 맺어야 한다. 정부가 지방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주요 기업의 지방 이전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역 공인회계사 조직을 강화하는 것은 이런 시대적 변화에 대비하는 일이다.
Q. MSCI 선진국지수 편입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20년 전부터 이어진 숙원 사업이다. 그동안 기획재정부 국제금융 부문에서는 원화가 자유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대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통령의 의지가 강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는 것과 편입되지 않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편입되면 세계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전체 자산의 일정 규모를 한국 시장에 투자해야 한다. 막대한 해외 투자 수요가 생길 수 있다. 한국 자본시장의 규모 확대와 질적 성장을 위해서도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염윤경 기자
증권부 염윤경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