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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 '닥터그루트'가 LG생활건강의 기술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허와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제품이 성과를 내면서 화장품 시장은 브랜드보다 기술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이런 흐름에 맞춰 인공지능(AI)과 스타트업 협업을 확대하며 미래 기술 확보에 나서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서울경제진흥원(SBA)과 AI, 뷰티테크,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개방형 혁신 전략(오픈이노베이션)을 확대한다. 선발 기업은 기술 실증(PoC)과 사업화 검증을 거쳐 협업과 투자 여부를 검토한다. 오픈이노베이션을 미래 기술 확보 체계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LG생활건강은 기술 확보를 미래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토리든 인수 철회 이후인 지난달 새 비전으로 '과학 기반의 글로벌 뷰티·웰니스 기업'(Science-Driven Beauty&Wellness Company)을 제시했다. AI와 뷰티테크를 미래 성장 축으로 육성하고 연구개발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내부 연구 역량에 외부 기술을 더해 제품 개발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대표 사례는 닥터그루트다. 닥터그루트는 LG생활건강이 오랜 시간 축적한 헤어 연구개발을 기반으로 성장한 브랜드다. 등록 특허 528건과 임상시험 148건, 6만명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북미 코스트코와 세포라에 진출했다. 지난해 북미 매출은 전년 대비 800% 이상 증가했다. 2017년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은 4000만병을 넘어섰다.
닥터그루트의 성과는 연구개발이 시장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북미 시장은 제품 효능과 임상 데이터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브랜드 인지도만으로는 진입하기 쉽지 않다. 연구개발과 검증 데이터를 갖춘 제품이 선택받는 구조다. 헤어케어는 기초화장품보다 기술 축적이 중요한 분야로 꼽힌다. 오랜 연구개발 경험이 브랜드 경쟁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화장품 기업의 경쟁 기준이 브랜드 확대에서 기술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 역량이 성장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AI와 맞춤형 화장품, 뷰티테크 확산으로 연구개발 역량과 특허, 임상 데이터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품 경쟁력뿐 아니라 기술 확보 역량이 새로운 경쟁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확보한 기술을 제품으로 연결하는 능력 역시 중요한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스타트업 협업 확대 역시 기술 확보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뷰티 기업이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하기보다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과 협업해 연구개발 범위를 넓히는 전략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은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고 제품 개발에 적용하기 위한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은 아이디어를 보유하고도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업계는 대기업의 연구개발 역량과 스타트업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주덕 서울사이버대 뷰티산업학과 석좌교수는 "국내 화장품 대기업의 강점은 오랜 기간 축적한 연구개발"이라며 "AI와 뷰티테크 시대에는 내부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스타트업과 협업해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헤어케어는 LG생활건강이 오랫동안 투자해 온 분야"라며 "닥터그루트처럼 기술을 축적한 브랜드를 앞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은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역시 연구개발 범위를 넓히고 사업화 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LG생활건강은 앞으로 AI와 뷰티테크 분야 협업을 확대하고, 스타트업과 확보한 기술을 연구개발과 제품 개발에 적용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가진 기술과 아이디어를 연구개발 역량과 결합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고 있다"며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뷰티·웰니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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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솜 기자
산업2부 김다솜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