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제품 창고에 수출을 앞둔 열연 제품들이 쌓여있다. /사진=뉴스1


세계 철강시장이 반등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은 주요국과 달리 구조적인 수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과 유럽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인도가 세계 철강 수요를 견인하는 반면 한국은 건설경기 침체와 제조업 회복 지연이 겹치면서 23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한 철강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의 '2026년 세계 철강수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철강수요는 올해 17억2400만톤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하며 지난 2년간 이어진 감소세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2027년에는 증가율이 2.2%로 확대되며 17억6200만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미국과 유럽의 회복, 인도의 견조한 성장세가 글로벌 철강시장 반등을 이끌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 세계적인 회복 흐름에서 비켜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철강협회는 지난해 국내 철강수요가 4360만톤으로 전년 대비 8.8% 감소하며 23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4370만톤으로 0.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도 4420만톤으로 1.1% 늘어나는 데 머물러 4500만톤 회복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철강 수요 부진의 원인은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와 제조업 회복 지연으로 분석됐다. 국내 철강 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건설 부문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투자 위축의 영향을 받으면서 봉형강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감했고 자동차 등 제조업 역시 기대만큼 빠른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6~2027년에도 4500만톤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 호황만으로는 국내 철강 수요 감소를 만회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업의 후판 수요는 꾸준하지만 건설용 철근과 형강 수요 감소 폭이 워낙 큰 데다 자동차 산업 역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은 한국과 대조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인프라 투자 확대와 제조업 리쇼어링, 데이터센터 건설 등을 바탕으로 올해 철강수요가 9240만톤으로 1.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연합(EU)과 영국 역시 에너지 비용 부담에도 올해 1.3%, 내년 3.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인프라 투자 확대와 산업활동 회복이 철강 수요 증가를 뒷받침할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철강시장의 새로운 성장축으로는 인도가 꼽혔다. 인도 철강수요는 지난해 1억5980만톤에서 올해 1억7160만톤, 내년에는 1억8740만톤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경제 성장률 7%대를 기반으로 한 인프라 투자 확대와 주택 개발, 데이터센터 건설, 자동차 산업 성장 등이 철강 소비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다.


세계 최대 철강 소비국인 중국은 구조적인 수요 감소가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철강수요는 지난해 7억9600만톤으로 전년 대비 7.1% 감소하며 처음으로 8억톤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는 7억8410만톤으로 1.5% 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건설용 철강 수요는 줄어들고 있지만 자동차와 기계, 신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철강 소비 구조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내수 부진이 장기화할수록 수출 확대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국내 철강업계의 부담 요인으로 보고 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글로벌 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가격 경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추지미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주요국 철강 수요는 국가별로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 철강업계는 미국과 유럽의 완만한 회복, 인도의 고성장 등 시장별 특성을 고려한 수출 전략과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