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차기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8·17 전국당원대회 준비에 본격 착수하며 "계파 갈등 없는 전당대회"를 강조했지만 당권 경쟁은 벌써부터 '민주당 정통성'을 둘러싼 공방으로 달아오르고 있다.사진은 지난 28일 경기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민주당 청년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해 축사하는 김민석 총리와 정청래 전 대표, 전주에서 열린 '국가비전 민주당 전북평당원 타운홀미팅'에서 발언하는 송영길 의원의 모습.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차기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8·17 전국당원대회 준비에 본격 착수하며 '계파 갈등 없는 전당대회'를 강조했지만 당권 경쟁은 벌써부터 '민주당 정통성'을 둘러싼 공방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정청래 전 대표가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정체성을 앞세워 연임 명분을 쌓자 송영길 전 대표는 정 전 대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연을 문제 삼으며 견제에 나섰다. 친명(친이재명) 주류의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적통'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계파 간 경쟁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송옥주 전국당원대회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첫 회의에서 "계파를 넘어 당원 주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전당대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송 부위원장은 "후보 간 경쟁 역시 소모적인 경쟁이나 네거티브가 아니라 정책과 비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갈등이 아니라 통합으로, 분열이 아니라 혁신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전당대회는 단순한 당내 행사가 아니라 국민께 책임 있는 집권 세력의 모습과 미래 비전을 분명히 보여드리는 중요한 계기"라며 "청년을 비롯한 미래 세대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방향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준위가 첫 회의부터 '계파 갈등 차단'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번 전당대회가 친노·친문과 친명 진영 간 세 대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준위는 이날 회의를 시작으로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등록 ▲시도당 순회경선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등 후속 절차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특히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중치를 사실상 같게 하는 1인1표제가 적용되면서 권리당원 표심의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사진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송영길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하지만 전준위의 통합 메시지와 달리 당권 주자들의 신경전은 이미 본격화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난 직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민주당 출신 4명의 대통령(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지지층의 통합과 범진보 진영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저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다. 노무현을 통해 정치 현실에 눈을 떴고 노무현의 정치개혁과 지역경선제로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다"며 "저는 노무현 키즈"라고 말하는 등 친노·친문 지지층을 향해 구애했다.


이에 당권 도전이 유력시되는 송 전 대표는 지난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무현 적통을 따진다면 적어도 정청래 후보는 그렇게 말할 수 없다"며 "정 전 대표는 완전히 노무현 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 참석도 못 했다"고 정 전 대표를 직격했다. 그는 "우리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공동 책임이 있다"며 "누가 적통인지 따지기 시작하면 국민이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6·3 재·보궐선거를 통해 원내에 복귀한 뒤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 온 만큼, 친노·친문 지지층 민심을 겨냥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 전 대표가 허위사실 유포라며 사과를 요구하자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발언을 정정한다. 사과한다"고 밝혔다. 다만 "초기 노사모 출신이었지만 이후 정동영계 핵심으로 활동하며 노사모와 멀어진 후보가 다른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의 적통을 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여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이에 정 전 대표는 "제 입으로 적통이라는 말을 꺼낸 적도 없고 누구의 적통을 주장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사진은 김민석 국무총리가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적통 공방은 친명 주류의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 총리에게도 번지는 모습이다. 김 총리는 지난 2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김대중정치학교 워크숍에서 "저는 김대중 키즈"라며 민주당의 정통성을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도 "적통성으로 보면 김민석"이라고 지원사격했다.

반면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SNS에서 "후단협(후보단일화협의회)은 노무현 후보 죽이기 아니었느냐"며 "이런 것을 누군가 파묘하면 누가 이득이고 누가 손해인가"라고 반박했다. 후단협 사태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주장으로 촉발된 당내 분란으로, 김 총리는 당시 정몽준 후보 측에 합류했다.

김 총리는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안 처리가 마무리된 뒤 출마 작업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김 총리는 지난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대통령님께 총리직 사임과 민주당 복귀의 뜻을 말씀드렸다"라며 "당원의 바다에서 민주의 황금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민주당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했다는 해석이다.

당 안팎에서는 적통 논쟁이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표심이 중요해진 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가중치를 사실상 같게 하는 1인1표제가 적용되면서 조직력보다 당원의 여론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 당원층이 친노·친문 중심의 전통 지지층과 이재명 대통령을 중심으로 유입된 신규 당원층으로 분화된 상황에서 '민주당 적자' 이미지는 세 결집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권리당원 구성이 과거보다 다양해졌다지만 여전히 친노·친문 정체성을 계승한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후보들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서사를 만들려는 것"이라며 "결국 누가 당의 정통성을 가장 잘 계승하고 있다는 공감대를 얻느냐가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