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절대평가가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데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사진=뉴시스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영어 사교육비와 참여율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권 학생들이 수능 영어 1등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사교육을 지속하면서 성취 수준에 따른 양극화도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5일 한국교육사회학회 학술지 '교육사회학연구' 에 실린 곽나람 숭실대학교 연구교수 등의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이 사교육 수요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 이후 사교육 수요가 확대됐다. 이번 연구는 총 306만1848명의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졌으며 연구진은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실질 금액 기준으로 정책 발표 전후와 실제 시행 이후의 흐름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영어 절대평가 도입 정책이 발표된 2015년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사교육비가 일시적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절대평가가 실제로 적용된 2017년(2018학년도 수능)부터 관련 비용이 늘기 시작했고 증가세는 이전보다 가팔라졌다.


교육부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2015년 각각 7만원, 10만5000원이던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월평균 영어 사교육비는 이듬해 각각 6만7000원, 10만1000원으로 줄었다. 2017년 초등학교는 유지한 반면 중학교는 4000원 늘었고 그 뒤로는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일반고 학생의 월평균 영어 사교육비는 2015년 8만6000원에서 2018년 10만2000원으로 오른 뒤 매해 상승세를 이어가며 2024년 15만700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에는 14만4000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절대평가 도입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영어 사교육 참여율도 높아졌다. 일반고 학생의 영어 사교육 참여율은 2015년 32.6%에서 2018년 38.1%, 2019년 42.5%로 상승했고, 2024년에는 48.8%까지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43.6%로 소폭 낮아졌지만, 절대평가 도입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연구진은 절대평가가 사교육 부담을 완화하기보다 학생 간 격차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하위권 학생들은 사교육 시장에서 이탈한 반면 상위권 학생들은 사교육을 지속하면서 성취 수준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것이다.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됐더라도 정시에서 영어 등급이 여전히 주요 평가 요소로 반영돼 상위권을 중심으로 1등급 확보를 위한 사교육 수요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정책은 하위권 학생보다 최상위권 및 상위권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 동기를 더욱 강화했다"며 "기존 상대평가에서 상위 4% 이내로 1등급을 받아오던 학생들은 현재 성적을 유지하기 위한 위험회피적 투자로 사교육을 확대했으며 상위 4~11% 학생들은 상대평가로 넘기 어려웠던 1등급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기대로 사교육 투자를 늘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