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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반도체 호황 등으로 발생한 추가 세수를 '미래대응기금' 신설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유사한 기금을 성공적으로 운용한 해외 선진국들의 비결에 관심이 쏠린다.
세수 증가분을 일반 예산에 합치는 대신 별도 기금으로 쌓아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청년 지원, 양극화 대응 등에 활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한국보다 앞서 산업·자원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 세수를 별도 기금으로 운용한 주요국들은 대부분 '호황기의 돈을 당대 정치권이 임의로 쓰지 못하도록 한다'는 원칙 아래 제도를 설계했다. 국가별 재원은 석유·구리·다이아몬드·국가 보유자산 운용 수익 등으로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무엇을 적립하고 얼마를 인출할 수 있는지, 어디에 사용할 수 있는지를 법률과 재정 준칙으로 엄격히 제한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5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재명 정부는 추가 세수를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절체절명의 시기에 반도체 호황 등으로 발생한 추가 세수를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며 ▲미래 성장동력 창출 ▲K자형 양극화 대응 ▲2030 청년 주거·창업·일자리 지원 등을 기금 활용 분야로 제시했다.
다만 기금 규모와 재원 적립 방식, 운용 원칙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의 목적과 방향성만 제시한 상태"라며 "세부 내용은 앞으로 당정 협의를 통해 논의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싱가포르, 예산 편입 엄격히 제한
노르웨이는 자원 호황기의 수입을 기금화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노르웨이는 석유·가스 산업에서 발생하는 국가 수입 전액을 정부연기금글로벌(GPFG)에 이전하고 기금에서 중앙정부 예산으로 옮겨 쓸 수 있는 금액은 장기 기대수익률 범위 안에서 관리한다. 법률상 기금의 기대 실질수익률인 3% 안팎을 기준으로 인출 한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호황기 수입을 단기 지출로 소진하지 못하도록 기금 적립과 예산 사용 원칙을 엄격히 분리한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칠레는 구리 가격 변동에 따른 재정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구조적 재정수지 준칙과 경제사회안정화기금(ESSF)을 함께 운용하고 있다. 재정책임법에 따라 평상시 수준을 초과하는 재정 흑자분을 ESSF에 적립하는 구조다. 원자재 가격 급등이나 경기 호황으로 일시적으로 늘어난 세입이 방만한 반복 지출로 이어지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과거에 축적한 국가 보유자산의 투자 수익을 순투자수익기여금(NIRC) 제도를 통해 예산에 반영한다. 다만 정부가 관련 자산의 기대 투자 수익 등을 임의로 전액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관련 규정상 정부는 해당 수익의 최대 50%까지만 예산에 편입하도록 법적 한도를 적용받는다. 정부가 재정 수요를 이유로 국가 준비금을 무제한으로 인출하는 것을 막고 현재 세대의 지출 수요와 미래 세대의 준비금 보전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도록 통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캐나다·보츠와나, 기금 통제 못해 실패
반면 기금을 조성하고도 명확한 법적 준칙이 없거나 원칙이 훼손돼 제도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도 있다. 캐나다 앨버타주의 헤리티지저축신탁기금은 1976년 비재생 자원 수입의 일부를 적립하겠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그러나 초기 수익의 30%를 적립하던 엄격한 규칙은 정치적 판단에 따라 1980년대 15%로 축소됐고 결국 적립 자체가 중단됐다.
보츠와나는 다이아몬드 수익을 국부펀드(풀라기금)로 조성해 이른바 '자원의 저주'를 피했다고 평가받았으나 이후 기금을 인출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법적 통제 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 이로 인해 막대한 횡재성 수익이 정치적 압력에 노출되거나 사업 타당성과 수익률이 떨어지는 부실한 공공 투자에 무분별하게 소진되는 결과를 낳았다.
키스 제프리스 전 보츠와나 중앙은행 부총재는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보츠와나 사례의 교훈은 횡재성 이익에서 발생한 저축뿐 아니라 그 저축의 사용·인출에도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출에 관한 법적 근거나 강제력 있는 규칙이 없다는 점은 중대한 약점"이라며 "기금이 금융자산 축적에 성공하더라도 지출 우선순위나 인출 체계가 약하면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프리스 전 부총재는 한국이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으로 활용하려면 규칙을 최대한 엄격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관련 규정은 최대한 엄격해야 하며 가급적 법률로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치적 압력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 있도록 독립적인 관리 체계를 갖춘 전용 기금, 일종의 국부펀드를 통해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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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아 기자
김성아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