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PO 시장이 신규 상장 감소와 새내기주 부진으로 냉각된 모습이다. 사진은 올해 신규 상장 종목. /그래픽=강지호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상반기 신규 상장 감소와 새내기주의 극심한 부진 탓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반전시킬 대어급 IPO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올해 신규 상장한 일반공모 기업 19곳 중 15곳이 현재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공모가 대비 상승한 수익률을 기록 중인 종목은 리센스메디컬(55.18%), 코스모로보틱스(126.33%), 마키나락스(102.87%), 져스텍(11.68%) 등 4곳 뿐이다.

낙폭이 가장 큰 종목은 피스피스스튜디오다. 지난달 8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피스피스스튜디오는 이날 공모가 2만1500원 대비 73.77% 하락한 5640원에 거래를 마쳤다. 패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 운영사로 K패션 예비 유니콘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상장 첫날부터 36% 넘게 급락한 뒤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스트라드비젼도 부진하다. 스트라드비젼은 공모가 1만2000원 대비 59.04% 하락한 4915원에 거래 중이다.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게 형성된 데 이어 가격제한폭인 40.00% 하락으로 마감하며 투자심리 위축을 키웠다.

이 밖에 한패스(-69.37%), 에스팀(-50.06%), 인벤테라(-49.52%), 채비(-47.80%), 케이뱅크(-32.53%), 메쥬(-30.56%), 카나프테라퓨틱스(-30.30%) 등도 공모가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달 상장한 매드업과 레몬헬스케어도 각각 공모가 대비 12.13%, 6.00% 하락했다.


신규 상장 일정도 한산하다. 7월 IPO 시장에서 신규 상장은 레몬헬스케어, 레메디, 에이치엘지노믹스 세 곳에 그쳤다.

IPO 시장 규모 자체도 줄었다.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 기업은 스팩을 제외하고 17개로 지난해 상반기 38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모금액은 1조1327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2095억원 대비 49% 감소했고 상장 시가총액도 7조3593억원으로 지난해 14조원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


시장에서는 중복상장 규제 이슈와 상장 심사 강화, 일부 대형주로 자금 쏠림이 IPO 시장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최근 반도체 등 일부 대형주로 자금이 쏠리면서 IPO 시장이 상대적으로 소외됐고 신규 상장주 주가 흐름도 부진했다는 분석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IPO 시장은 상장 기업수, 공모 금액 등에서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감소하며 부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7월 IPO 예상 기업수도 과거 동월 평균인 14개 기업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중복상장 규제 이슈, 상장 심사 강화, 일부 대형주 자금 쏠림 현상 등이 IPO 시장 투심을 줄어들게 했다. 사진은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뉴스1


증권가에선 하반기 관전 포인트로 대어급 IPO를 꼽는다. 대어급 IPO는 공모 규모와 시장 주목도가 큰 만큼 흥행 여부가 투자심리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대형 딜이 성공적으로 상장하면 기관·개인 자금이 다시 공모주 시장으로 유입되고, 후속 기업들의 상장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최근 3조원 안팎의 기업가치가 거론되는 소노인터내셔널은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비앤비코리아와 AI 인프라 기업 엘리스그룹도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HD현대로보틱스, 한화에너지, DN솔루션즈 등 대기업 계열사들도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IPO를 준비 중이다.

IPO 시장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도 예정돼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의무보유확약을 한 기관투자자에게 공모주를 우선 배정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우선 배정 비율은 지난해 30%에서 올해부터 40%로 확대돼 중장기 기관투자자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주관사가 증권신고서 공시 전 희망 공모가 밴드를 확정하기 위해 사전수요예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증권신고서 제출 전 6개월 이상 보호예수하는 기관투자자에게 사전배정을 허용하는 '코너스톤투자자' 제도도 도입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제도들이 장기 투자 성격의 기관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줘 IPO 시장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선 연구원은 "하반기에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IPO 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약 40 여개로 상반기 대비 소폭 증가한 편"이라며 "예정대로 진행이 된다면 IPO 심사청구 이후 1~2 개월 이후 승인을 받은 기업부터 활발하게 IPO 가 진행될 것으로 보여 3분기말부터 4분기에는 IPO 시장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사전수요예측과 코너스톤투자자 제도 도입을 통해 안정적으로 중장기 기관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IPO시장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