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진단]68년 지속된 촉법소년 연령, 얼마나 어떻게 낮춰야 하나
14세 미만에서 한 살 낮춰도 한해 1만여 명 형사처벌 대상
두 살 낮추면 초등 6학년생도 형사처벌 받아 '과잉' 논란
중대범죄만 처벌하자니 디지털범죄 빠지고 형법 원칙과 충돌
최혜승 기자
공유하기
1958년 소년법 제정 이후 68년간 유지돼온 촉법소년 연령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현행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형사처벌 대신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받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촉법소년 연령 인하를 내각에 지시했다.
이에 성평등가족부는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기존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한 살 낮추는 건 너무 미약한 것 같다"며 "한 살이든, 두 살이든 낮출 거냐, (중대 범죄만) 부분적으로 낮출 거냐, (모든 범죄에 대해) 전면적으로 낮출 거냐 국민 의견을 다시 수렴해보자"고 했다.
'동행미디어 시대'는 우리 사회의 오랜 논쟁인 촉법소년 연령 인하 문제를 두고 얼마나 낮출 것인지, 강력 범죄만 한정할 것인지 등 여러 쟁점에 대해 지상 토론을 진행했다.
①촉법소년 연령 하향, 필요하긴 한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는 촉법소년 범죄가 점점 증가하고 흉포화되고 있다는 여론이 커지면서다.2018년 관악산 여고생 집단폭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청소년 10명이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을 관악산 등으로 끌고 다니며 밤새도록 폭행하고 성추행한 사건인데, 당시 10대 가해자들은 '길어야 소년원 2년'이라는 등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나 더 큰 충격을 줬다. 자신들이 촉법소년이라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촉법소년은 소년법에 따라 1~10호에 해당하는 보호처분을 받는데, 중범죄를 저질러도 최대 2년까지만 소년원 수용이 가능하고 형사처벌과 달리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경찰청에 따르면 촉법소년의 소년부 송치 현황은 2020년 9606명에서 지난해 2만1095명으로 5년 사이 2.2배 늘었다. 이 기간 촉법소년의 폭력 사건은 1972명에서 5520명(2.8배)으로, 강간·추행은 373명에서 739명(1.98배)으로, 절도는 5123명에서 1만110명(1.97배)으로 증가했다.
부장검사 출신 김우석 변호사(법무법인 명진)는 "최근 청소년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촉법소년의 처분 수준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연령 하향으로 형사책임 가능성을 명확히 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촉법소년의 송치 건수가 매년 증가했다고 해서 죄질이 흉포화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촉법소년 사건은 죄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모두 법원 소년부에 보내는 '전건(全件) 송치 방식'으로 처리된다. 즉 경찰 단계에서 훈방, 선도 조치할 수 있는 경미한 사건까지 모두 소년부로 송치하는 만큼 건수가 많아지는 것을 곧바로 흉포화로 연결하는 건 논리적 비약이라는 주장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법제사법팀 김혜미 입법조사관은 "연령을 낮추기 전에 실증적 근거가 있어야하는데 촉법소년 범죄가 실제 흉포화됐다는 근거나 13세가 촉법제도를 악용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들이 부족하다"고 했다.
정부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햐향 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이다.
②낮춘다면 13세 미만? 12세 미만?
촉법소년 연령을 얼마나 낮출지는 이번 논쟁의 최대 쟁점이다.현재의 14세는 인지 판단 능력을 고려한 형사책임 기준이다. 2023년 형사사법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시대에 따른 소년법 및 관련규정 개정 방안 연구'에 따르면 12~13세 아동은 전두엽 피질이 발달 중이어서 추론 능력과 형사절차 이해 능력이 미성숙하다는 것. 이런 신경과학 연구를 근거로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형사처벌 연령을 최소 14세 이상으로 권고하고 있다.
반면 연령 하향 찬성 측은 프랑스(13세)나 영국(10세) 등 더 낮은 기준을 둔 국가도 있는 만큼 한국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 2만1095명 중 13세는 1만485명으로 전체의 49.7%였다. 이어 12세 5658명(26.8%), 11세 2892명(13.7%), 10세 2060명(9.8%) 순이었다. 만약 촉법소년 연령을 13세 미만으로 낮출 경우 한해 1만여 명이 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형사처벌 연령을 만 12세까지 낮추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촉법소년 연령을 13세 미만으로 낮추면 생일이 지난 중학교 1학년 학생들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반면 12세 미만으로 낮출 경우 생일이 지난 초등학교 6학년 학생까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초등학생까지 일반 법정에 새우는 것은 과도한 처벌이라는 여론이 적지 않다.
③중대범죄에 한해 연령 낮춰야 하나
촉법소년 연령을 한 살만 낮춰도 한해 1만여 명의 범죄자를 더 양산할 수 있는 만큼 모든 범죄가 아닌 살인, 강도, 성폭력 등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13세부터 형사 처벌을 하자는 '조건부 하향' 주장에 상당한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14일 성평등부가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안도 이 방안이다.김우석 변호사는 "명예훼손, 모욕, 무고 등 범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행위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며 "강도·강간·중대한 성범죄처럼 누구나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는 범죄는 별도로 책임을 묻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범죄의 중대성과 사회적 피해를 고려해 강력범죄에만 형사책임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이다.
다만 중대 범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는 문제다. 피해자가 고통 받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를 기존의 규범으로 포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신혜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는 지난 13일 국회 토론회에서 "소년 범죄를 보면 보이스피싱 수거부터 딥페이크 성범죄, '해피 슬래핑'(아무 상관 없는 행인을 구타하고 영상을 찍어 공유한 일), 학교폭력 영상 유포 같은 사이버불링까지 심각하다"고 했다. 이런 범죄들은 피해자에게 큰 고통을 주지만 강력범죄나 중대범죄로 분류되지 않는다. 촉법소년 연령을 조건부로 낮춰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한쪽에선 범죄 유형에 따라 책임 능력이 달리하는 건 형법 원칙과 충돌한다는 의견도 있다. 임한결 변호사(재단법인 동천)는 "우리나라 형법은 형사 미성년자(14세 미만)와 심신장애로 사물 변별 능력과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사람은 처벌하지 않는다"며 "'범죄의 경중'이 아니라 '행위자의 능력 유무'를 기준으로 형사 책임의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중한 범죄를 저지를 때 범죄 행위자의 사물 변별 능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갑자기 높아지는 것이 아닌 만큼 범죄를 구분해 처벌하는 것은 형법 원칙에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성평등부의 '조건부 하향' 방안에 같은 논리로 반대했다.
④재범 막으려면 소년사법 제도 정비 시급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 못지 않게 현행 소년사법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보호 처분시설이 과밀화됐고 보호관찰관 인력도 부족해 교화 시스템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촉법소년 연령 조정만으로 범죄 자체를 줄이기 힘들다는 것이다.현재 전국 소년원 10곳의 연평균 수용률은 112%, 서울소년분류심사원은 144%다. 소년보호 재판 담당 판사는 전국 30명에 불과하다. 보호관찰관 1명이 담당하는 소년도 약 5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2명)보다 많다.
김혜미 입법조사관은 "처벌을 강화한다고 재범이 줄어든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며 "재범을 낮추려면 보호관찰과 심리치료, 가족 지원 등 교화 시스템을 먼저 보완해야 한다. 현재 보호처분 시설에 자리가 없어 임시 퇴원하는 소년들도 많다. 보호처분 내실화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최혜승 기자
최혜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