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국내 대기업 시스템통합(SI)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각 사


국내 대기업 시스템통합(SI) 업계에 노동조합 설립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삼성SDS와 현대오토에버에 이어 최근 신세계아이앤씨까지 노조가 출범하면서 그동안 '무노조' 기조를 유지해 온 주요 대기업 SI 회사들이 잇달아 노조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대기업 SI 기업들은 제조업 계열사와 비교해 노사 갈등이 크지 않은 업종으로 꼽혀왔다. 그룹 내부의 안정적인 수주를 기반으로 사업을 이어온 데다 개발자 중심 조직 특성상 장기근속보다 이직이나 프리랜서 전환을 통해 처우를 개선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노조 필요성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분위기가 바뀐 배경에는 AI 전환이 있다. 기업들이 AI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개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자동화에 속도를 내면서 인력 재배치와 직무 전환, 보상 체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고용 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이를 집단적으로 표출하는 수단으로 노조를 선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과 보상에 대한 인식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에서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진 이후 IT 계열사 직원들 사이에서도 임금 체계와 성과 보상, 고용 안정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과거에는 연봉 수준이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회사 성장에 따른 성과를 얼마나 공정하게 배분받느냐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LG CNS는 대표적인 예외로 꼽힌다. 롯데이노베이트와 포스코DX, SK AX가 일찌감치 노조 체제를 갖췄고 삼성SDS, 현대오토에버, 신세계아이앤씨마저 이달 잇달아 노조를 출범시킨 것과 달리 아직 노조 설립 움직임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SI업계에서는 LG CNS의 노사협의기구인 노경협의회 역할에 주목한다. LG CNS는 임금과 복지, 근무환경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직원 의견을 정기적으로 수렴하고 있으며 최고경영자(CEO)와 경영진이 직접 직원들과 대면하는 소통 프로그램도 꾸준히 운영해 왔다. 사원 대표는 전체 구성원의 직접·무기명·비밀투표로 선출된다.

이러한 노사 문화를 대외적으로 인정받아 LG CNS는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2025년 노사문화 우수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포스코DX의 인사제도 갈등, 삼성SDS의 성과급 개편 논란처럼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크게 불거진 사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성장세가 뚜렷한 실적도 직원들의 불만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LG CNS는 다른 SI 기업보다 내부거래 의존도를 낮추고 AI와 클라우드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전환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조3150억원, 영업이익은 9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6%, 19.4% 증가했다. 특히 AI·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765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8%를 차지하며 신사업이 실적 성장을 이끄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