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 생산 및 공급망 지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에서 대만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K-Display 2026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에 참가한 하나기술 부스에서 관계자가 정밀 유리기술로 가공된 반도체용 유리기판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지형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대만과 미국, 베트남의 비중은 확대된 반면 중국 의존도는 낮아졌으며, 국내 생산은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 생산 및 공급망 지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에서 대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로 집계됐다. 2022년에는 대만 비중이 9.0%에 그쳤지만 3년만에 두 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대만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 수출시장으로 올라섰다. 반면 중국 비중은 같은 기간 53.1%에서 40.3%로 12.8%포인트 감소했다. 미국과 베트남도 각각 10.3%, 13.4%를 기록하며 주요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다.

제품별로도 수출 구조 변화가 뚜렷했다. 메모리칩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71.5%에서 50.1%로 낮아진 반면 대만은 6.6%에서 28.6%로 급증했다. 시스템반도체 역시 중국 비중은 45.7%에서 31.5%로 줄었고, 베트남은 15.6%에서 26.5%, 대만은 10.2%에서 12.9%로 확대됐다.


한은은 이러한 변화를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변화의 결과로 분석했다.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기존 중앙처리장치(CPU)와 D램 중심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고, 미국 엔비디아와 대만 TSMC, 국내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AI 반도체 공급망이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산업의 생산 거점은 수도권으로 더욱 집중됐다. 지난해 국내 반도체 생산액 가운데 수도권 비중은 82.3%로 가장 높았으며 충청권은 14.7%, 호남권은 1.0%, 대경권은 1.8%에 그쳤다. 삼성전자 화성·평택·기흥공장과 SK하이닉스 이천공장 등 주요 생산시설이 수도권에 밀집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체 제조업에서도 수도권 집중은 계속됐다. 전국 제조업 생산액 가운데 수도권 비중은 2024년 기준 33.2%를 기록했으며, 반도체 생산 확대에 힘입어 수도권 제조업 내 반도체 비중도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구조에서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았다. 반도체 제조장비는 네덜란드(26.0%), 일본(23.7%), 미국(16.9%) 순으로 비중이 높았으며, 소재·부품은 중국(22.5%), 일본(20.4%), 미국(16.3%) 등 3개국이 약 60%를 차지했다. 특히 네덜란드산 노광장비와 일본산 소재 등 일부 품목은 특정 국가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 등 다른 제조업에서도 공급망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확대와 중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로 우리나라 제조업의 생산·수출입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으며, 이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이번 공급망 지도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