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어진 국내 증시 급등락에 따른 대책 논의를 위해 정부의 경제·금융당국 수장이 29일 한 자리에 모였다. 사진은 이날 코스피 종가가 안내된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뉴스1


이른바 'F4'로 불리는 정부의 경제·금융당국 수장 4명이 지난 16일에 이어 또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정지)와 '서킷 브레이커'(20분 동안 매매거래 정지)가 동반 발동되는 등 연일 급락하며 불확실성이 확대된 코스피·코스닥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서다.


이들은 이날 긴급회의에서 증시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의 개인별 투자한도를 총 투자금의 20%로 제한하는 등의 규제 강화를 결정했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에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 등 경제·금융당국 수장과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이 자리했다.

"최고 수준 모니터링 체계 24시간 가동"

이날 긴급회의는 구윤철 부총리 주재로 열렸다. 참석자들은 최근 주식시장이 중국발 메모리 경쟁 심화 및 미국 빅테크 기업 자금조달 우려 확산에 따라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고 짚었다.


참석자들은 이 같은 하락이 그동안 주가 급등에 따른 조정 과정에서의 투자심리 위축과 수급 불안이 낙폭을 확대시킨 측면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가 지속되는 데다 관련 기업의 실적 전망 상향, 경상수지 흑자 확대 등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한국 증시 전망에 대한 지나친 불안심리 확산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도 뜻을 모았다.


다만 한국 증시가 최근 다른 나라나 과거 대비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인데 대해서는 변동성 증폭 요인을 철저히 분석하겠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최고 수준의 경계감을 갖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지속해서 가동해 나가기로 했다.

참석자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인한 자금 쏠림이 증시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이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신속·과감하게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기본예탁금 상향 등 발표된 보완조치도 31일부터 신속 시행된다.


즉시 시행되는 추가 조치는 ▲개인별 투자한도 설정 등을 통한 총량 관리(총 투자금액의 20% 이내 제한) ▲과도한 거래행태 제한 위해 관련 거래비용 부담 가중(선물시장 과다호가부담금 적용) ▲현행 사전교육 외 모의거래 도입 등이다. 구체적인 제한 수준은 추후 확정된다.

홍콩 가변 레버리지 등 배율 사례를 감안해 긴급 상황에서 당국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다.

참석자들은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체질개선 노력을 가속화하고 이를 위해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유도하는 동시에 코스닥 시장 체질개선 등 제도개선 과제 등도 신속히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시총 투톱 삼전닉스 마저 휘청

구윤철 부총리를 비롯한 정부의 경제·금융당국 수장이 최근 이어진 국내 증시 급등락에 따른 대책 논의를 위해 29일 한 자리에 모였다. 사진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 모습. /사진=재정경제부(뉴시스)


이날 열린 긴급회의는 이틀 연속 이어진 국내 증시의 폭락 사태에서 기인한다. 이날도 코스피·코스닥지수는 급락하며 프로그램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와 20분 동안 매매 거래를 멈추는 '서킷 브레이커'가 연달아 모두 발동됐다.

올해 코스피시장에는 이날까지 매도 사이드카 23회, 매수 사이드카 20회 등 총 43번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1996년 11월25일 코스피에 사이드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역대 발동된 103번 가운데 올해 발동 비율만 41.8%다.

코스닥시장엔 2001년 3월5일 사이드카가 도입됐고 역대 111번 가운데 올 들어서만 24.3%인 27번(매도 13회, 매수 14회)이 걸렸다.

'서킷 브레이커' 발동도 빈번하다. 코스피에 첫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2000년 4월17일 이후 역대 15번 걸렸는데 올해만 이날까지 9번째다. 2006년 1월23일 처음 발동된 코스닥 서킷 브레이커는 역대 14번 가운데 올해만 4번 걸렸다.

이 같은 급락세에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5.23% 밀린 20만8500원, 2위 SK하이닉스는 9.61% 급락한 140만1000원에 29일 거래를 마쳤다. 7월1일 종가 31만4500원을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이날까지 31.7%,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256만원에서 45.3% 후퇴했다.

시총 투톱이 흔들리자 지수도 급락했다. 이달 종가 8303.41로 시작했던 코스피는 31.8% 밀린 5663.24까지 떨어져 5000선도 위협받았다. 이 기간 코스닥지수는 929.35에서 28.7% 하락한 662.68을 기록해 두 시장 모두 급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앞서 이날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했던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은 최근 이어진 국내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개 숙였다.

구윤철 부총리도 증시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와 관련해 "상품을 출시할 때 꼼꼼하게 못 챙긴 측면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