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진 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 /사진=챗GPT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인수했던 클라우드·빅데이터 전문기업 엑슨투를 창업자인 이경진 전 대표에게 다시 매각했다. 이 전 대표가 엑슨투를 넘긴 대가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주식을 받은 뒤 자신이 세운 회사까지 되사들이면서 사실상 회사가 전직 대표의 지분을 대신 보유한 '주식 파킹'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올해 매각한 엑슨투 지분 100%를 사들인 인물은 이 전 대표인 것으로 확인됐다. 엑슨투는 이 전 대표가 2014년 설립한 회사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클라우드 사업을 고도화한다는 명분으로 2021년 11월 포괄적 주식교환을 결정하고 이듬해 1월 14일 엑슨투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엑슨투 주식 6000주 전량을 넘기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신주 9만7961주를 받았다. 주식교환 공고상 주당 가격 9만6977원을 기준으로 약 95억원 규모다.


이 전 대표는 엑슨투를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넘긴 뒤 클라우드 개발·전략·인프라·디지털전환(DX) 부문을 총괄했다. 2023년 5월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후에는 클라우드와 관련 없는 사업을 정리하는 등 대규모 사업 재편을 단행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 전 대표가 취임한 2023년 연결 기준 매출 1808억원, 영업손실 1273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에는 매출 1348억원, 영업손실 673억원을 냈다. 적자 폭은 줄였지만 매출이 약 25% 감소하면서 성장 동력 확보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엑슨투 역시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표직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이 전 대표가 올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로부터 엑슨투 지분 전량을 다시 사들이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전 대표가 보유했던 회사를 그의 재직 기간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대신 보유하고 다른 자회사까지 합병해 사업 규모를 키운 뒤 다시 돌려준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엑슨투는 2023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또 다른 완전자회사였던 마젠타웍스를 흡수합병했다. 마젠타웍스 역시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약 40억원 상당의 신주를 발행해 지분 100%를 취득했던 회사다.


회사 임직원들은 계속되는 고용 불안과 경영진의 대응에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구성원들이 3년 가까이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지만 클라우드 사업의 비전과 중장기 로드맵은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이원주 대표가 디케이테크인 내부 경영 문제로 양사 대표직에서 잇따라 물러나기로 한 가운데 전직 대표와의 지분 거래마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책임경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커진다.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사실상 회사가 주식을 파킹해준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 방침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며 "지분 매각과 관련된 사항은 기밀이어서 공식 입장을 전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