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천혜의 자연을 폐허로 만든 '중국 자본'…혈세로 막았다
제주헬스케어타운 공정률 60%서 2단계사업 중단…관광객 볼 수 없어
JDC, 5500억 투입에도 본계약 쉽지 않은 상황…감정평가 난항 예상
제주=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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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동흥동 헬스케어타운에 수십채의 건물이 회색 시멘트 골격을 드러낸채 방치됐다. 긴 복도에 겹겹이 층을 쌓아 '제주 콜로세움'으로 불린 건물들은 제주 바다와 한라산 사이에서 수려한 풍광을 뽐내다가 153만9339㎡(약 47만평), 축구장 120개에 달하는 대지 속 사람의 발길이 끊긴 흉물로 전락했다.
정부는 2010년 제주시에 관광·휴양시설 투자이민제를 시행했고 막대한 자본금을 지닌 중국 기업들이 제주도를 찾았다. 하지만 정부의 외교 갈등 속에 의료·부동산정책이 표류하며 쓰레기 더미만 쌓인 '폐허의 섬'이 됐다.
지난달 23일 가본 제주 헬스케어타운 부지의 토평동 일대 현장은 나무와 잡풀이 우거져 있었다. 헬스케어타운은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해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병원과 의료연구시설, 교육시설, 상가, 숙박시설 등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2006년 사업비 1조6000억원을 투자한 대형 프로젝트다.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 녹지그룹이 투자자로 나서 2013년 1단계 사업으로 콘도미니엄을 완공·분양했다. 2단계 사업은 호텔과 상가, 콘도미니엄을 추가로 짓는 공사다. 현재 공정률 60% 상태에서 멈췄다. 제주시에 따르면 녹지그룹이 추진한 헬스케어타운, 록인제주 복합단지, 열해당 리조트, 백통신원 리조트, 무수천유원지 개발사업 등이 공사를 중단하거나 일부만 완공한 채 추가 공사를 잇지 못하고 있다.
외교 갈등에 병원 빠진 헬스케어…녹지그룹 투자 중단
사건의 발단은 2014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에 따른 한·중 정부의 외교 갈등이다. 제주시는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해 관광·휴양시설 투자이민제를 시행했고 2010년 헬스케어타운 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해 부지 약 14.6%(22만4740㎡)를 외국인 투자지구로 개방했다. 외국계 기업들이 헬스와 의료를 연계한 휴양문화시설을 들여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중국 당국의 한한령(한국 콘텐츠·연예·관광·상품 등을 비공식 제한한 조치)에 관광객 발길이 끊어졌고 중국 자본의 개발사업도 줄줄이 투자 적격성 문제가 발생했다. 녹지그룹은 기존에 약속한 7400억원의 투자를 중단했다. 2018년 관광호텔과 테마상가 등 공사가 멈췄고 현재 19만7510㎡ 7개 필지의 건축물이 폐허 상태로 남았다.
정부의 달라진 의료정책에 제주시와 중국 기업의 갈등도 커졌다. 당시 녹지그룹은 제주에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피부관리와 미용성형, 건강검진 등을 시술하며 병원과 리조트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는 녹지그룹이 100% 투자한 영리법인 녹지국제병원의 사업 계획을 승인했고 2017년 제주시는 녹지국제병원의 개원을 허가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외국계 기업의 영리병원 운영을 반대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성곤(서귀포시), 강창일(제주시갑), 오영훈(제주시을) 국회의원의 반대 속에 결국 녹지병원의 개원이 무산됐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영리병원 인가를 허가한지 4개월 만에 취소한다고 밝혀 녹지그룹과 행정소송을 벌였다.
제주시민·의료단체들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영리법원의 운영을 반대했다. 의료격차가 소득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제주시는 외국인 투자사업이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고 의료 영리화 정책의 변화로 복지부 등과 책임공방을 벌이는 상황이다.
헬스케어타운 관리인 A씨는 "분양형 휴양 콘도는 중국인들에게 영주권을 제공해 인기가 있다가 도의 허가를 받은 사업이 무산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자산가들도 돈을 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책임 떠안은 공기업, 정상화까지 난항 예상
제주의 외국인 투자 실패 사례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중국 중신그룹은 제주시 오라2동 357만5753m²에 5조2800억원을 투자해 컨벤션센터, 호텔, 쇼핑센터 등 마이스(MICE) 복합단지를 조성키로 했다. 2015년 7월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시작으로 경관·교통·재해영향평가 등 행정절차를 거쳐 2017년 4월 제주도의회에 안건이 상정됐다.
중국 기업의 대형 개발사업은 해발 350m에서 한라산국립공원과 인접한 580m까지 위치하는 등 난개발 비판이 이어졌다.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로 제주도와 도의회는 규정에 없는 '자본 검증'의 카드마저 들어야 했다. 이후 사업 진행은 자본 검증에 발목 잡힌 채 기약 없이 미뤄졌다.
중국 신화롄그룹이 제주시 한림읍 86만6539m²에 7239억원을 투자한 신화련금수산장 관광개발사업도 백지화됐다. 제주시는 착공 전까지 자기자본 516억원과 차입금 253억원 등 총 769억원을 국내 금융기관에 예치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투자금 조달 능력을 사전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2020년 신화롄그룹은 자본금 예치에 실패했고 시행 승인 효력이 상실, 사업이 중단됐다.
외자 유치 실패는 고스란히 국내 공기업의 과제로 남았다. 최근 JDC는 중국 녹지그룹의 한국 법인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와 '제주헬스케어타운 자산 양수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JDC는 녹지그룹의 미개발 부지와 공사가 중단된 건축물 등 7필지 19만7510㎡ 자산을 인수할 예정이다. 매입 비용은 1540억원으로 추정된다.
앞서 JDC는 헬스케어타운 사업 정상화를 위해 녹지 측 자산을 인수하기로 하고 2023년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나 본계약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지난해 6월 협약이 종료됐다. 다시 자산 양수도 협약을 맺고 인수 대상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진행중이나 정상화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미완공된 건물의 활용성이 낮은 데다 바이오·헬스케어 연구시설 등 설계변경과 용도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JDC가 헬스케어타운에 투입한 비용은 토지 매입을 포함 약 5500억원에 달한다.
JDC 관계자는 "녹지그룹과 자산인수 본계약 체결에 앞서 대상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진행한 후 미준공 건축물의 이용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정상화 궤도로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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