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도약기금의 장기연체채권 매입이 여섯 차례까지 진행되면서 업권별 매입 규모도 윤곽을 드러냈다. 대상채권 규모는 대부업권이 가장 크지만 실제 새도약기금에 매각된 채권은 카드업권이 가장 많았다. 사진은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 캠코마루에서 열린 새도약기금 소각식에서 축사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새도약기금의 장기연체채권 매입이 여섯 차례 진행되면서 업권별 매입 규모가 윤곽을 드러냈다. 대상채권 규모는 대부업권이 가장 크지만 실제 새도약기금에 매각된 채권은 카드업권이 가장 많았다. 업권별 사업 구조와 새도약기금 참여율 차이가 매입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새도약기금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매입한 장기연체채권은 총 11조7378억원이다. 매입 대상 채무자는 중복을 포함해 약 95만7000명이다.

새도약기금은 2025년 6월 기준 7년 이상 연체 중인 개인의 무담보 채무 원금 5000만원 이하를 대상으로 채권을 일괄 매입한 뒤 추심을 중단한 제도다. 상환능력 심사를 거쳐 소각 또는 원금 최대 80% 감면·최장 10년 분할상환을 지원한다.


업권별 누적 매입액은 카드업권이 847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부업권 7394억원, 은행권 5417억원, 캐피털 2592억원, 손해보험 1130억원, 저축은행 723억원 순이었다. 새마을금고는 572억원, 생명보험은 535억원으로 집계됐다.

새도약기금 대상채권의 전체 규모는 대부업권이 가장 크다.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대부업권이 보유한 대상채권은 약 6조7000억원으로 카드업권 1조9000억원의 세 배를 웃돈다. 은행권 1조2300억원과 보험 6400억원, 상호금융 6000억원을 합친 규모보다 많다.


대상채권 규모와 실제 매입액의 순서가 다른 데는 업권별 참여 정도와 사업 구조의 차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권은 8개 카드사가 새도약기금에 채권을 넘긴 반면, 대부업권은 장기연체채권 보유액 상위 30개사 가운데 협약에 가입한 곳이 15개사에 그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권은 서민을 대상으로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업권인 만큼 새도약기금 대상채권 규모 자체가 큰 편"이라며 "대부업권은 아직 대상채권 매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만큼 현재는 카드업권의 누적 매입액이 더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와 대부, 장기연체채권을 바라보는 셈법 달라

대부업권의 참여가 더딘 배경에는 카드업계와 다른 사업 구조가 있다. 카드사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자체 영업 과정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성격이 강하다. 반면 일부 대부업체는 금융회사 등에서 연체채권을 매입해 추심·회수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같은 장기연체채권이라도 대부업체에는 주요 영업자산인 만큼 카드업계보다 매각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


가격을 둘러싼 입장 차도 참여 확대의 변수다. 대부업계에 따르면 일부 업체는 연체채권을 액면가의 15~40% 수준에서 매입한 반면 새도약기금의 평균 매입가율은 액면가의 5% 안팎이다. 민간 부실채권(NPL) 시장에서는 통상 이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만큼, 새도약기금에 채권을 매각할 경우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대부업 참여 확대 고심…인센티브·불이익 검토

금융당국은 대부업체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실제 채권 매각액과 보유 대상채권 대비 매각 비율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협약에 가입하고도 일부 채권만 넘긴 업체와 상당 부분을 매각한 업체에 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적절한지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참여하지 않거나 매각 실적이 저조한 업체에 영업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신규 연체채권 매입 제한 등 사업 범위를 조정하는 방식이 검토 대상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대부회사의 참여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인센티브 방안을 검토하고 업계와 소통하겠다는 방침이다.

새도약기금은 이달부터 금융기관 전 업권과 공공기관이 보유한 잔여 대상채권을 추가로 매입할 예정이다. 향후 대부업체의 참여와 매각이 확대되면 현재 업권별 누적 매입액 순위도 달라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와 대부업권의 매각액 차이를 단순히 정책 협조 여부만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두 업권 다 매각 손실의 부담이 있지만 대부업체는 연체채권이 영업자산인 경우가 많아 사업 구조와 자금 사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