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에 폭염중대경보가 처음 발령됐다. 소득·연령·주거환경 등에 따라 폭염 피해가 달라지는 만큼 취약계층별 맞춤형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전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양산을 쓰고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전역에 폭염특보 최고 단계인 폭염중대경보가 처음 발령되면서 폭염 취약계층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에 온열질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서울시는 무더위쉼터 확대부터 취약계층 냉방비 지원, 야외노동자 작업중지까지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폭염을 피할 권리' 보호라는 차원에서 계층별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 동북권과 서북권에 폭염중대경보를 추가 발령했다. 전날 동남권과 서남권에 내려진 폭염중대경보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된 것이다. 지난 6월 폭염중대경보 제도 시행 이후 서울 전역에 중대경보가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폭염중대경보는 이틀 이상 일 최고체감온도가 섭씨 35도 이상 지속되는 지역에서 최고체감온도 38도 이상 또는 최고기온 39도 이상이 예상될 때 발령된다. 서울에는 지난달 23일부터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에도 최고기온 37도, 최고체감온도 36~37도의 무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온열질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 기준 올해 서울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185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서울시는 지난 2일 폭염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높이고 550명 규모의 폭염 종합지원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독거노인·장애인·만성질환자 등 건강 취약계층 6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방문간호사 등을 통한 안부 확인과 건강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노숙인·쪽방 주민 밀집지역에는 무더위쉼터와 밤더위대피소를 제공하고 건설공사장 근로자 보호와 이동노동자 지원 등 10개 분야 대책도 가동했다.


무더위쉼터는 주민센터와 경로당, 복지관 등 4000여곳에서 운영 중이다. 편의점과 은행 등을 활용한 기후동행쉼터 400여곳과 응급대피소 62곳, 이동노동자 쉼터 30곳도 마련됐다.

야외 노동자에 대한 보호조치도 강화했다. 시는 폭염중대경보 발령에 따라 재난·안전 관리를 위한 긴급 조치를 제외한 서울시 발주 건설공사장 56곳의 옥외 작업을 원칙적으로 중단한다. 민간 건설현장에도 같은 수준의 보호조치를 이행하도록 안내하고 사업장별 작업중지 여부를 점검한다.


올여름 첫 폭염중대경보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취약계층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전국 곳곳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4일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이 체감온도와 폭염상황 등을 모니터링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밖에 거동이 불편하거나 생계를 위해 야외활동을 중단하기 어려운 고령층 등이 폭염에 노출되는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서울시 재난안전실 관계자는 [시대]와의 통화에서 "폭염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약 41만가구에 냉방비 5만원을 지급하는 등 추가 지원을 결정했다"며 "고용노동부 권고사항에 맞춰 긴급조치를 제외한 옥외 작업은 원칙적으로 중단하고 건설공사장 등에서도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 205억원의 재원은 서울시 재해구호기금을 활용한다.

이 관계자는 "야외 행사 운영을 중단하거나 청소년시설 야외 프로그램을 실내로 전환하고 도로 물청소와 쿨링로드 가동 횟수도 늘리고 있다"며 "쪽방 주민에 대해서도 기존 하루 한 차례 방문 건강 확인에 더해 전화 안부 확인을 추가하는 등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시대]와의 통화에서 "폭염 피해는 소득뿐 아니라 연령과 주거환경, 장애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며 "저소득 계층은 단열이 취약한 주거환경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고 냉방비 부담으로 충분한 에너지를 사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바우처도 가구원 수 등을 중심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주거 형태나 지역별 폭염 강도 등 실제 위험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폭염을 단순히 불편한 기상현상이 아니라 누구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이자 '폭염을 피할 권리'의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윤 원장은 "폭염 대응 수칙을 보다 강력하게 적용해야 한다. 단순 수칙을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지켜지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건설 노동자와 배달 라이더, 농업 종사자 등 폭염에 취약한 노동자들이 일하다 사망하는 일이 없도록 실효성 있는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용산구 효창동 일대에서 폐지수집 어르신을 만나 "무더위쉼터와 그늘막 같은 시설 확충에 그치지 않고 실제 더위 속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시민들을 직접 찾아가 보호하겠다"며 "행정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현장까지 세심하게 살펴 소득·안전·건강 지원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