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다./사진=뉴스1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조가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6월 경상수지는 497억3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고, 수출도 사상 처음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6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6월 경상수지는 497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월보다 111억2000만달러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같은 달의 139억7000만달러와 비교하면 흑자폭이 357억6000만달러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910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478억7000만달러의 약 네 배에 달하는 규모로 집계됐다. 종전 연간 최대였던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1230억5000만달러도 이미 크게 넘어섰다.


흑자를 이끈 것은 상품수지다. 6월 상품수지는 478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1123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84.5% 증가해 사상 처음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수입도 38.6% 늘어난 644억8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수출 증가폭이 이를 크게 웃돌았다.

수출 증가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통관 기준 6월 반도체 수출은 449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96.9% 급증했다. 상반기 누적으로도 1931억9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60.8% 늘었다. 정보통신기기 수출 역시 166.0% 증가하는 등 AI 관련 수요가 전체 수출을 밀어 올렸다.
그래픽=한은


반도체가 밀어 올린 성장률…정부·IB도 '3%' 전망

반도체 수출 호조는 국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확대가 순수출과 설비투자를 동시에 자극하면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구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2.6%로 0.7%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도 2.1%에서 2.5%로 0.4%포인트 높였다. 전망대로라면 올해 성장률은 2022년 2.9%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IMF의 전망 조정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성장 모멘텀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기존보다 0.6%포인트 높인 3.4%로 제시했다. 내년 전망치도 0.4%포인트 상향한 2.7%로 조정했다. 성장률 전망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은 수출이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동차와 기계류, 소비재 등 비반도체 품목의 수출도 지난 5월 이후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AI 대전환으로 촉발된 글로벌 반도체 호황이 수출과 증시 등 주요 경제지표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요국의 성장률 전망이 하향된 것과 달리 한국은 성장률 전망이 큰 폭 상향됐다"고 평가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3.0%, 경상 성장률은 12.3%, 경상수지는 2900억달러 흑자로 전망했다.

다만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지는 과제로 남아 있다. 재경부도 반도체 온기가 내수와 비IT 산업, 지방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수출과 내수, IT와 비IT, 수도권과 지방 간 편중 구조가 심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호황이 소비와 고용 회복으로 이어질지가 하반기 성장세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구조혁신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해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소비와 투자도 개선돼 5년 만에 3% 성장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