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영일만 4산단에 위치한 포스코퓨처엠 포항 양극재 공장 전경. 사진=포스코퓨처엠


전기차 캐즘(수요정체) 장기화의 영향으로 실적 침체를 겪었던 국내 이차전지 소재업계가 보릿고개를 지나 회복의 문턱에 들어섰다. 포스코퓨처엠과 엘앤에프, 에코프로 등 주요 업체가 2분기 나란히 영업흑자를 냈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재고평가 효과 등 외부 요인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고 전기차 수요 회복도 지역별로 엇갈리고 있다. 올 하반기가 본격적인 업황 회복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6795억원, 영업이익 26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늘었고 영업이익은 3351.2% 급증했다. 특히 배터리소재 사업에서 2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양극재가 재고평가 효과로 흑자 기조를 유지한 가운데 음극재 판매량과 가동률이 회복되고 고정비 절감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엘앤에프도 2분기 매출 8850억원, 영업이익 20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0.2%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매출 1조6247억원, 영업이익 138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1568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진 실적 회복세다.


에코프로 역시 수익성을 개선했다. 2분기 매출은 82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줄었고 영업이익은 329억원으로 102.7% 증가했다.

이번 실적을 본격적인 업황 반등보다는 회복 국면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에코프로의 경우 리튬 가격 상승에 따른 판가 반영 효과가, 포스코퓨처엠은 양극재 재고평가 효과가 수익성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실적 개선이 곧바로 전방 수요의 본격적인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반면 국내 소재업체들의 핵심 매출처 가운데 하나인 북미 시장은 부진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북미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은 20.5% 감소해 주요 권역 중 가장 부진했고 점유율도 9.1%에서 6.9%로 줄었다.

전기차 시장의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SNE리서치는 "하반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향방은 중국 수요 정상화 속도와 미국 세액공제 종료 여파, 유럽 시장의 성장 지속 여부에 달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배터리 소재 업계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필두로 성장 전략을 짜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ESS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어서다.

포스코퓨처엠은 LFP 사업을 본격화해 ESS 수요를 겨냥한다. 기존 포항 양극재 생산라인 일부를 하이니켈에서 LFP로 전환해 올해 하반기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별도의 LFP 전용 공장은 합작사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를 통해 포항 영일만4산단에 짓고 있으며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연산 최대 5만톤까지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엘앤에프는 LFP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100% 자회사 엘앤에프플러스가 대구 국가산단에 LFP 전용 공장을 준공했으며 올해 3분기 말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우선 연간 3만톤 규모로 생산을 시작한 뒤 2027년 상반기까지 총 6만톤 규모의 생산체제를 단계적으로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북미 ESS 시장을 중심으로 비중국산 LFP 공급망 수요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에코프로는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을 통해 현재 오창공장에 연산 4000톤 규모 LFP 준양산 라인을 확보하고 고객사들과 샘플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리튬망간리치(LMR)와 나트륨(소듐)이온 배터리 양극재 등 중저가·차세대 제품군을 중심으로 ESS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실적 개선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지만 북미 전기차 시장과 해외 생산기지 가동률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하반기에는 수요 회복과 함께 원가 경쟁력, 신규 제품 대응력이 업체별 실적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