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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식 지형은 눈에 띄게 다양해졌다. 마라탕, 딤섬, 훠궈 전문점이 각각의 외식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고 중식 주점과 뷔페, 파인다이닝까지 영역을 넓혔다. 그런데도 짜장면, 짬뽕, 탕수육을 내는 소위 '한국형 중식당'은 여전히 가장 익숙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새로운 중식을 두루 거친 뒤에도 결국 돌아오게 되는 맛. 익숙함이 주는 안도감은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그중 '탕수육'은 메인 요리의 선두 자리를 내어준 적이 없다. 한국 식문화 속 탕수육의 뿌리는 1882년 임오군란 당시 들어온 청나라 화교들이 청의 '탕추'(糖醋) 요리를 한국인 입맛에 맞게 바꾼 데서 출발한다. 19세기 말 인천 개항을 계기로 산둥성 출신 화교들이 인천에 정착하며 대도시로 퍼져나갔다. 맛만큼이나 뜨거운 것은 먹는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다. 소스를 부어 먹는 '부먹', 찍어 먹는 '찍먹', 조리 단계에서 아예 볶아 나오는 '볶먹'까지 선택지가 다양하다.
원래 정통 중국 요리에서는 튀김과 소스를 하나로 합쳐 내는 '볶먹'을 완성으로 여겼다. 지금의 '찍먹' 문화는 배달 과정에서 튀김이 눅눅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분리 포장하던 관행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튀김의 바삭한 식감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취향이 더해지며 탕수육 소스를 먹는 방식은 원형보다 취향의 영역이 됐다. 변형된 맛보다 어릴 적 먹던 '익숙한 맛'을 지키고 있는 공간들이 빛을 발한다.
태향
서울역 인근 골목에 자리한 '태향'은 2010년 개업 이후 빈티지한 정취를 유지해 온 중식당이다. 불맛을 베이스로 볶아내는 식사 메뉴가 강점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대부분 메뉴가 가격 대비 양이 넉넉한 편이다.
탕수육은 '볶먹' 스타일로 제공된다. 두툼하게 썬 돼지 등심에 바삭한 튀김옷을 입히고, 단맛·신맛·짠맛의 균형을 맞춘 소스를 얹어 자극적이지 않은 맛을 낸다. 대부분의 테이블에 빠짐없이 오르는 인기 메뉴인 '삼선볶음짬뽕'은 푸짐한 해산물과 채소를 웍에 강하게 볶아내 은은한 불맛과 칼칼한 감칠맛을 더한다.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는 손님이 많을 만큼 감칠맛이 진하다.
명화원
1956년 문을 연 삼각지의 '명화원'은 화려함 대신 본연의 맛에 집중해 온 노포로 점심시간에만 한정 운영한다.
대표 메뉴인 탕수육은 기본으로 소스가 얹어져 나오는 '부먹' 스타일이다. 바삭함과 찹쌀의 쫄깃한 식감이 공존하며 시간이 지나도 눅눅해지지 않는 맑고 새콤달콤한 소스가 특징이다. 매일 직접 만드는 군만두와 물만두도 별미다. 바삭한 피 속 촉촉한 고기소가 조화를 이루는 군만두와 도톰한 피의 물만두가 탕수육과 합을 맞춘다. 식사류인 짜장면과 짬뽕 역시 옛날 방식의 수수한 감칠맛을 간직하고 있다.
옛날중국집
1974년 개업한 성북동의 '옛날중국집'은 이름처럼 오랜 세월 간직해 온 옛 정통 방식을 고수하는 곳이다.
이곳의 탕수육은 큼직하게 썬 고기에 클래식한 튀김 기법을 적용해 프라이드치킨을 연상시키는 바삭한 식감을 강조한다. 고기의 씹는 맛을 강조하기 위해 '찍먹' 스타일로 제공된다. 사이드로 나오는 양배추샐러드는 추억의 풍미를 더한다. 구수한 옛날 스타일 짜장면과 자극적이지 않고 개운한 국물의 짬뽕, 주문 즉시 볶아내는 볶음밥 등 기본에 충실한 메뉴들로 깊은 내공을 보여준다.
강동원
망원 한강공원 인근에 있는 '강동원'은 국내산 생고기 손질과 강렬한 불맛으로 식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으는 중식당이다.
대표 메뉴 '안심탕수육'은 일명 '탕후루 탕수육'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독보적인 비주얼과 식감을 자랑한다. 붉고 투명한 소스가 고기튀김 전체를 코팅하듯 감싼 '볶먹' 스타일로 제공된다. 국내산 안심을 사용해 주문 즉시 볶아내는 간짜장과 흑후추돈육덮밥도 함께 인기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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