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객들의 안전사고가 가장 많이 나는 시기가 해빙기다. 혹한의 겨울이 가고 봄이 올 무렵 얼었던 바위나 계곡이 녹으면서 낙석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게다가 높은 산과 저지대의 기온 차가 커서 산 밑에서는 비가 오지만 정상 부근에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또 겨울과 봄의 교차기는 지역별로 온도 차이로 인한 안개가 짙게 끼여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교통사고도 심심찮게 생긴다. 최근 공군기의 추락사고도 짙은 안개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외국의 한 조사는 기업들의 부도율이 '경기회복 시'에 더 높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금융위기의 기억이 멀어지면서 투자가나 기업들은 안도를 한다. 최악이 지났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늦춘다. 이제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역사는 대재난에 가까운 경제 위기가 있은 다음 산업간 기업간 큰 지각변동이 있음을 보여 준다.
 
비근한 예로 1980년 2차 오일쇼크로 인한 세계적인 불황 때 마이크로 소프트와 애플이 탄생했고, 2000년 닷컴 버블 직후 구글이라는 위대한 기업이 창업했다. 더 멀리 가면 1930년대 대공황이 끝날 무렵 IBM이 출현했고, 세계적인 중장비 회사인 캐터필라도 바로 그때 사업을 시작했다.
반면 경제위기는 수많은 회사들을 사라지게 만든다. 1980년 2차 오일쇼크 이후 우리나라 건설업체 중 1/3 이상이 도산했고, 1997년 IMF 사태 여파로 대우 그룹이 파산했다. 또 우리나라 최대 건설업체인 현대건설이 채권자들에게 넘어갔고, 동아그룹과 대한생명의 주인인 신동아그룹 역시 주인이 바뀌었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아직 충격을 줄 정도의 기업 도산은 없다. 금호그룹이 문제이긴 하나 사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무리한 기업인수로 인한 재정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통해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는 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의 ‘일부’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된 부분은 해결책이 막막하다. 지난 1년 동안은 정부의 강력한 유동성 공급 정책으로 이 부분이 일단 수면 하로 잠복했다. 그런데 경기가 회복되면서 정부가 통화환수 정책을 시행하게 되면 그 사이 숨어 있던 부동산PF 부실 문제가 구체화될 것이다.
 
현재 PF 잔액은 83조원. 이중 연체가 발생하고 있는 부실자산 비율은 6.4%. 아직까지는 견딜 만하지만 일반 은행의 부실자산 비율 0.67%와 비교하면 예사로운 수준이 아니다. 아닌 말로 한국판 서브 프라임(?) 사태라고 해도 무리한 주장은 아닐 것이다.
 
물론 대형 은행들은 담보가 확보돼 있고 또 전체 자산대비 PF비율이 높지 않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특히 20조원 가까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해 준 상당수 저축은행들은 수익성 감소와 부실자산 증가로 인한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또 12만호(혹자는 17만호라고 주장하는) 미분양 아파트를 보유 중인 건설업체들의 상황 역시 쉽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 미분양 아파트가 지방이라서 가까운 시일 내로 해결될 기미도 없다.
중견 건설업체인 성원건설은 지난 8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한편 수도권도 슬슬 문제가 시작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의 신규 아파트 입주 비율이 반이 채 되지 않는다. 기존 주택을 팔아야 입주할 수 있는데 주택시장이 침체돼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과감하게 덤핑으로 팔 수도 없으니 난감하다. 여기에 이미 착공한 서울 시내의 48개 뉴타운과 주변 신도시 개발은 주택 시장이 갈수록 공급과잉으로 간다는 얘기다.
 
더욱 문제가 복잡한 것은 개인부채의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점이다. 최근 DTI(총부채 상환비율) 강화로 어느 정도 질서가 잡힌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대다수의 개인들은 소득 대비 대출상환 분이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 만약 이자마저 올라가기 시작하면 생활비를 최소한의 생존수준 정도로 낮추어야 하는 개인들이 속출할 것이다. 게다가 여유 돈이 조금 있는 사람 중에서도 최근 2~3년 사이 상가나 오피스텔을 분양받아 임대수입을 겨냥한 경우가 많은데 이게 또 복병이다. 은행 이자 수준의 임대료조차 나오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실 우리나라 기존 주택의 상당 부분은 낡고 비효율적이다. 때문에 신규 주택으로 교체돼야 함은 당연하다. 문제는 너무 한꺼번에 그것도 투기적인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크게 왜곡되어 왔다는데 있다.
 
필자는 누차 부동산 시장의 하락을 예고한 바 있다. 절대 일본 같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지금까지 진행되는 형국으로 봐서는 부동산 시장이 일본의 90년대 초반과 유사해 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또 인구 감소와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는 부동산 시장의 아킬레스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부동산에 전 재산의 대부분을 투자하고 있는 현실은 장기적으로 재테크의 가장 암울한 부분이다.
 
이제 경기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이 부동산시장이다. 당국도 이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연착륙을 유도하겠지만 시장은 결국 수급으로 결정 되어 진다. 경기 해빙기에 낙석사고가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