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논의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나온 기준금리 동결은 금융시장 참여자들에게 혼란 아닌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 대출을 받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대출 금리 상승이 없기 때문에 반길 만하지만, 은행 등 금융회사의 입장에서는 금리 동결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이 고민은 금융회사별로도 약간씩 차이가 있다.
◆은행, “특판예금으로 곳간은 가득 채웠는데”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은행 수신잔액은 1040조2000억원으로 한달 새 16조9000억원 증가했다. 2월 증가폭은 1월의 15조7000억원을 훨씬 뛰어 넘는 수치다.
이처럼 은행 수신이 급증한 것은 고금리 특판 때문이다. 은행들은 1~2월 연 4.8~5.0%의 고금리를 앞세워 37조원에 달하는 예금을 끌어들였다. 이는 올 상반기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데다 금융당국의 예대율 규제 등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동결되고, 출구전략 논의도 뒤로 미뤄지면서 이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은행들은 3월 들어 일제히 예금 금리 인하에 들어갔다. 거의 1%포인트 가까이 내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3%대가 됐다.
그래도 은행들의 고민은 여전하다. 돈 굴릴 곳이 여전히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기준금리의 동결로 인해 채권시장의 금리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당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11%포인트 떨어진 3.97%를 기록했다.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3%대로 접어든 것이다. 이날 5년 만기와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각각 0.12%포인트씩 떨어졌다. 이후에도 3년물 국고채 금리는 4%를 넘지 못하고 있다. 즉 특판으로 모은 돈을 국고채에 투자하면 역마진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출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대출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경기 불확실성으로 부실한 기업 외에는 돈을 빌리려는 기업이 별로 없는데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규제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시장도 냉랭하기만 하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수신금리를 빠르게 내리고 있지만 대출 금리는 내리는 못한 채 눈치만 살피는 형국이다.
◆저축銀, “내리면 내렸다고, 올리면 높다고 야단”
3월25일 현재 전국 저축은행 1년 정기예금의 평균금리는 5.04%로 2월 말 5.13%보다 0.09% 내렸다. 은행들이 1~2월에 실시했던 1년 만기 정기예금 특판 금리를 가까스로 웃도는 수준이다.
저축은행들은 지난 2008년 말 금리를 7.1%까지 올렸다가 지난해 4% 후반대로 크게 낮췄다. 올 들어서는 5%대를 넘겼으나 요즘 슬슬 뒷걸음질 치는 분위기다. 이 역시 시중금리가 낮아지고 있고 대출을 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가장 큰 강점이자 매력은 은행보다 예금 금리가 2%포인트가량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2월에는 은행들이 최고 5% 특판 상품을 내놓고 시중자금을 공략하는 바람에 저축은행 고객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저축은행들도 맞불을 놓고 싶지만 경기불황의 여파로 대출이 늘지 않아 예금금리를 높이기가 여의치 않았던 것.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이때 예금 금리를 급격히 높였다면 부실 우려 등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금리를 높이는 것도 너무 부담스럽고, 낮추는 것도 마땅치 않은 진퇴양난의 상황인 것이다.
◆여전사, “저금리 정책 변화 늦춰져야 할 텐데”
은행, 저축은행과 달리 카드, 할부금융, 리스 등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들은 수신기능이 없다. 여전사들의 자금조달 방법은 회사채 발행밖에 없다.
이런 여전사들로서는 현재와 같은 저금리 기조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기준금리 자체가 낮기 때문에 회사채 발행금리도 낮아 조달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해 말부터 국내 카드사들은 국내 및 국제 신용평가기관들로부터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면서 추가로 자금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됐다.
이는 카드사들의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카드사인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해 8568억원의 순익을 올려 카드 부문이 은행 부문 실적을 앞선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사들은 출구전략 시기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저금리 정책이 언제 변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가구당 부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 가맹점 수수료와 현금서비스 수수료 등의 금리 인하 문제를 정치권에서 들먹이고 있다는 점도 큰 고민거리다.
현재 국내 카드사들의 수익구조는 가맹점 수수료가 거의 절반(2009년 기준 44.9%)을 차지한다.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현금대출의 마진 역시 전체 수익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와 현금대출 금리의 인하는 카드사 수익에 직격탄이 되는 것이다. 또한 가계부채의 증가는 카드사 연체율로 이어져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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