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림들이 예사롭지 않다. 파리에서도 활동한 진유정 작가와 방혜자 작가의 작품들이라고 한다. 의자와 식탁이 빼곡한 공간에 갤러리 분위기가 더해진다.
그러고 보니 자하(紫霞)라는 상호도 멋있다. 한자 그대로 풀면 '보라빛 노을'이라는 뜻이다. 자하의 모태는 부암동 손만두집이다. 서울에서 만두하면 맛집으로 꼽히던 부암동 손만두집이 지난 2005년 '자하'란 이름으로 분점을 낸 것이다.
부암동 손만두집 근처에 있는 자하문은 지대가 높아서 맑은 저녁이면 보라빛 노을을 볼 수 있다.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던 주인장은 살던 집 앞마당에 파라솔 3개를 사서 간이 테이블을 놓고 취미 삼아 이름도 없는 만두 가게를 시작했는데 그것이 분점을 낼 정도로 커질 줄 몰랐다고.
자하의 간판 메뉴는 단연 손으로 직접 빚은 손만두다.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는 기본. 이외에 버섯, 오이, 숙주, 두부 등 채소만 사용해 채식주의자들도 먹을 수 있는 소만두(5000원), 소고기와 표고버섯 외에 오이가 들어가 여름만두라고도 불리는 편수(5000원)등 다양하다.
단품으로 나와있지는 않지만 채소즙으로 피를 빚어 메추리알 크기로 만든 색동만두, 만두소를 동그란 완자 모양으로 만들어 밀가루에 묻혀 만드는 굴림만두도 개성 만점이다.
원하는 만두를 찜이나 국, 전골 형태로 각각 즐기기도 하지만 백화점이라는 특성을 살려 세트메뉴처럼 구성한 정식상 차림을 권할 만하다. 정식상 차림에는 한 그릇 음식인 만둣국이나 떡국과 함께 일품요리와 만두가 나온다.
이날은 가장 인기가 좋다는 떡만둣국상(1만7000원)이 나왔다. 소반 모양을 본뜬 1인용 쟁반에 떡만둣국을 필두로 일품요리인 냉채와 곱게 부친 녹두전, 3가지 종류의 만두, 김치와 깍두기, 간장이 담겨 나왔다. 한눈에 봐도 정갈한 담음새와 정성껏 만든 모양새가 종갓집 밥상을 받는 기분이다. 동그랗게 지져 나오는 조그만 녹두전을 한입 베어 무니 고소한 녹두향이 그대로 전해진다. 일품요리로 나온 수육냉채도 입맛을 돋운다. 오랜만에 보는 아롱사태 수육이다. 단가가 높아 잘 나오지 않는데 손님 입장에서야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얇게 저민 수육에 해파리 냉채가 곁들여져 궁합이 잘 맞는다.
색동만두가 올려진 떡만둣국은 먹을수록 계속 숟가락이 가는 중독성이 있다. 특유의 고급스러운 감칠맛이 있지만 자극적이지 않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순백의 맛 같은 느낌이다. 박혜경 사장은 일체의 조미료 없이 만든다고 설명한다. 매주 200~300포기의 김치를 담는 것은 물론 간장도 해마다 직접 담가 사용한다니 보통 정성이 아니다. 이번 봄시즌에는 엄나무순으로 만든 엄나무순만두로 손님을 맞을테니 기대하란다.
위치 : 지하철 4호선 회현역 신세계백화점 본점 10층.
영업시간 : 오전 10:30 ~ 오후 10:00
연락처 : 02)310-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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