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은 지난 3월29일 주주총회에서 하영구 행장을 재선임했다. 조만간 지주회사를 출범시킬 한국씨티은행은 은행장이 지주회사 회장을 겸임하는 단일지배구조체제로 간다. 이에 따라 하영구 행장은 초대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에도 오르는 영광을 안게 된다.
은행권에서는 어느 누구도 가지 못한 4연임 행장의 길을 걷는 만큼 하 행장의 향후 행보가 어떤 자취를 남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실 경영으로 신망 두터운 '실력파'
하영구 행장의 이번 연임은 사실 예견된 것이었다. 씨티그룹 본사 출신인 하 행장에 대한 내부 신망이 매우 두텁기 때문이다.
하 행장은 본사인 씨티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유화되는 수모를 겪는 과정에서도 한국씨티은행을 흔들림 없이 견실하게 이끌어온 점을 높이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최근 수년간 여타 시중은행들이 자산을 과도하게 늘리는데 주력한 반면, 한국씨티은행은 자산최적화 노력을 기울여 과도한 자산불리기의 쏠림 현상을 지양했다.
한국씨티은행은 향후 부실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되는 부동산 PF, 중소건설사 아파트분양, 인수금융 등에 여신이 거의 없다. 업계 최고의 자산적정성, 자산건전성, 유동성, 자산생산성 등을 자랑한다. 한국씨티은행의 BIS비율(자기자본비율)은 업계 최고인 17%대다. 18개 시중은행의 평균 BIS비율이 14~15%수준인 것과 비교해 압도적인 우위를 나타낸다. 그만큼 건전성이 뛰어나다는 것. Tier1(기본자본비율) 또한 타행들이 10~11%머물고 있는데 반해 한국씨티은행은 14%대를 기록하고 있다. 순이자마진도 업계 최고인 2.65%에 달한다(타행 1.72%~2.41%).
더욱 괄목할 점은 한국씨티은행의 건전성이 비단 경영 실적의 수치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은행이 내적으로 탄탄해지면서 대내외적인 만족도가 매해 쑥쑥 올라가고 있다. 직원만족도가 80% 수준을 넘어섰으며, 고객만족도 또한 기업고객의 경우 90%에 육박하는 등 내외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창의적인 사회공헌 활동도 높이 평가받는 부분이다. 지난 1998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한국해비타트와 파트너십을 맺은 뒤 지속적으로 해비타트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11억5000만원의 기금도 지원했다. 또한 저소득층을 위한 무담보 소액 신용대출 사업기관인 신나는 조합을 통해 1999년에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국내 최초로 소개해 지원하고 있다.
차세대ㆍ여성교육에도 지속적으로 공을 들였다. 한국YWCA연합회와 같이 학생들에게 실물경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그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2006년부터 배우고 체험하는 청소년 금융교실 '씽크머니'(Think Money)를 진행해왔다. 또 금융산업 및 관련 분야에서 활약하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금융 이론 및 관련된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2001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와 이화여대-씨티 글로벌 금융아카데미를 진행해왔다. 으례 형식적인 기업의 사회공헌이 아니라 선구적이고 독창적인 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4연임' 기대 속 외적 성장 당면 과제
하 행장은 1981년 씨티은행 서울지점에 입행해 자금담당 총괄이사, 투자금융그룹 대표, 기업금융그룹 대표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실력파다. 1998년 한국인 최초로 소비자금융그룹 대표를 맡았고, 2001년 48세의 나이로 한미은행장에 취임했다. 2004년에는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의 통합에 기여했다.
그러나 통합 이후 현재의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시련이 적지 않았다. 금융권 최장 파업으로 시작부터 삐걱거린 한미은행과의 통합작업은 이후 불법대출 파문과 고객정보 유출, 그리고 태업 등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겼다. 2008년에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신규증권사 설립허가 명단에서 은행권으로는 유일하게 제외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심지어 툭 하면 한국씨티은행 매각설이 불거지며 '한국 철수론'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거듭되는 시련 속에서도 하 행장은 흔들림 없이 내실 경영을 추구하며 한단계 한단계 전진해왔다.
그러한 '백전노장'의 어깨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안팎으로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외적 성장의 요구다.
하 행장이 안정적인 조직경영에 주력한 결과 성장에는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내부에서 "한미은행과 통합된 것이 2004년인데, 통합 후에도 점포수(230여 개)에 거의 변화가 없다"는 볼 멘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아닌게 아니라 1000개가 훨씬 넘는 1위권 은행과의 격차를 좁혀 나가려면 갈 길이 험난하다.
곧 출범할 금융지주회사의 조직 안정과 자회사간 시너지를 극대화도 당면 과제다. 한국씨티금융지주는 한국씨티은행, 한국씨티그룹캐피탈, 씨티금융판매서비스를 완전자회사로 두고 신용정보회사인 씨티크레딧서비스를 손자회사로 갖는 체제를 갖추게 된다.
그러나 밝은 앞날에 대한 뚜렷한 비전은 산적한 과제를 풀어나갈 큰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 행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격려하며 '다른 생각 다른 미래, 한국씨티(Citi, it's different)'라는 새로운 비전을 확고히 제시했다.
하 행장은 "생각이 다르면 미래가 달라지듯이 우리의 차별화된 전략은 우리의 미래를 보다 밝게 만들 것"이라며 'Client First, One Citi, Our Success'의 3가지 핵심가치를 통해 본격적인 '씨티 차별화'에 나설 것임을 선포했다. 이같은 씨티의 새로운 미래가 한국 금융권의 발전에 어떠한 역할을 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 하영구 행장은
▲1953년 전남 광양 ▲1976년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1981년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1983년 씨티은행 서울지점 수석 딜러 ▲1987년 씨티은행 한국투자금융그룹 대표 ▲1998년 씨티은행 한국소비자금융그룹 대표 ▲2001년 한미은행장 ▲2004년 한국씨티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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