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제시한 4월 월간 코스피지수 밴드(상하단)는 전고점을 넘어서고 있다. 최소한 전고점을 뚫을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넘어섰다고 해서 환호해도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후에도 상승 추세가 지속될 수 있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상승기를 현금 확보의 기회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사, 4월 추가 상승 전망에 이견없다
4월 증시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들은 대부분 4월 코스피지수 고점을 전고점 위로 잡고 있다. 가장 낮게 잡은 증권사도 '전고점 돌파 가능성이 크다'(SK증권)이고 일부는 1800(키움증권)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보수적으로 봐도 전고점인 1723.22를 돌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강세를 점치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동안 글로벌 증시를 억누르고 있던 악재들이 해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초 17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지수가 1월 말부터 조정에 들어간 이유는 크게 세가지였다. 그리스 재정문제, 중국의 긴축, 경기모멘텀의 둔화다. 하지만 그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고, 악재에 대한 내성도 강해졌다는 게 증권사들의 판단이다.
증권사들은 그리스에 대한 EU와 IMF의 자금 지원 결정으로 국가 부채 문제는 잠재적 리스크로 축소됐고(솔로몬투자증권), 중국의 금리인상과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상 가능성은 단기적으로 낮은데다(키움증권), 경기모멘텀의 단기적인 둔화 부담은 미국 고용지표 등 구조적으로 개선되는 요인들이 상쇄해 줄 것(하나대투증권)으로 분석하고 있다.
◆작년 7월의 데자뷰?…"실적+외국인"
물론 악재 영향력이 줄어 들었다고 증시가 곧바로 상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승을 촉발할 불씨가 필요하다. 증권사들은 그 불씨로 1분기 어닝시즌을, 화력을 높여 줄 기름으로 외국인 매수를 각각 꼽고 있다.
4월 초부터 드러나는 1분기 기업들의 성적표는 사상 최대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대우증권이 403개 종목(대우 유니버스 197개+컨센서스 데이터가 존재하는 206개)을 대상으로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217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7.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40% 증가한 22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돌파할 전망이다. 실적발표가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이미 1분기에 시장 컨센서스를 넘어서는 실적이 예상되는 종목들의 주가는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은 지난 3월 한달간 코스피시장에서 5조3608억원, 코스닥시장에서 770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며 전체 5조437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월간 단위로 역대 두번째 규모다.
'실적과 외국인 순매수',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조합이다. 바로 지난해 7월의 서머랠리를 촉발했던 요인들이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5~6월 두달간 1300~1400선에서 지루하게 횡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7월 초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으로 시작된 기업들의 어닝시즌은 역대 월간 단위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외국인 순매수(7월 5조9394억원)와 맞물리면서 단숨에 박스권 상단을 돌파하고 한달 만에 거의 코스피지수를 200포인트 가까이 끌어 올렸다. 코스피지수는 그 힘으로 9월에 1700선을 돌파했다.
◆더 오를까? "외국인에게 물어봐"
증시가 상승하면 투자자는 좋다. 그렇다고 마음이 마냥 편한 건 아니다. 보유 중인 주식을 계속 들고 가야 하는지 아니면 이익을 실현해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는 향후 증시를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
증시 전망에는 다양한 분석과 근거, 또는 상상력이 따라 붙는다. 하지만 현재 시장을 설명하고 향후 시장을 예측하는 가장 확실하면서도 단순한 변수로 꼽히는 것은 외국인이다. 지금은 외국인이 끌어올리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관은 이미 시장 주도권을 잃은 지 오래됐다"며 "지금은 전적으로 외국인에 의존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3월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유일한 매수 주체다.
그리고 외국인의 매수세는 미국시장의 상승과 연결돼 있다. 시계를 한달만 뒤로 돌려보면 외국인의 본격적인 순매수가 시작된 시기와 미국 시장의 상승은 거의 정확히 일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고 팔기를 반복하던 외국인은 2월 중순부터 코스피시장에서 매수하는 날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이 시기는 다우지수가 1만선을 한차례 이탈했다가 반등하기 시작한 시기다. 1만400선에서 잠시 주춤하던 다우지수는 3월 초부터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은 코스피시장에서 3월부터 거의 쉼없이 매수 행진을 벌였다.
◆미국시장, 너무 오른 건 아닐까
하지만 미국시장이 단기간에 너무 올랐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증시는 탐욕의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 팀장은 "미국 경기가 계속 회복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미국의 소비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미국인들의 소득은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소득이 늘지 않는 상태에서 '짜내기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결국 미국의 약발이 언제 꺾일 것이냐가 (우리 증시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이미 경기선행지수는 꺾였고 경기가 완만한 조정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런 시기에 주식이 계속 갈 수 있느냐는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의 완만한 조정기였던 2004년과 2006년, 지수는 각각 21%, 15% 하락했다는 것. 그는 "코스피지수 15~20% 정도의 조정이 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시장에 대해 의심의 시선을 갖고 있는 이들 전문가들도 코스피지수가 더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특히 어닝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증시의 상승세는 연장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추가로 오를 수 있는 폭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과감히 현금을 확보하라고 주장하는 증권사도 있다. SK증권은 "4월은 1분기 실적개선 기대와 2분기 이후 이익모멘텀 둔화 우려가 공존하는 시기가 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후자의 무게가 커질 것"이라며 "주가가 1분기 실적 개선을 반영하며 올라간다면 좋은 가격에 현금 비중을 늘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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