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찾은 현대모비스 포승공장은 그야말로 청정지역이었다. 경기도 평택시 포승산업단지 안에 자리한 포승공장은 MDPS(Motor Driven Power Steering)를 생산하는 현대모비스의 주요부품 공장이다. MDPS는 현대모비스가 지난 2006년 국산화 개발에 성공한 모터 구동식 조향장치로 효과적인 핸들 조작을 가능케 해주는 기능을 담당한다.
공장을 들어서자 기자에게 지급된 것은 방진용 덧버선이었다. 신발에 붙은 흙먼지가 제품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입도 여기까지다. 공장 내 생산라인 및 연구공간은 외부 출입자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직원들은 2중, 3중으로 된 보안 및 청결공간을 거쳐야 생산라인에 이른다.
견학자에게 허용되지 않은 공간 ‘클린룸’은 포승공장의 자랑거리다. 클린룸은 미국 209D 규격에 따라 공기 중의 미립자가 거의 없는 청정도를 유지하는 공간이다. 클린룸에 들어가는 작업인원과 장비는 모두 에어워시(Air Wash, 고압의 공기를 뿜어 먼지를 제거하는 작업)과정을 거쳐야 한다.
포승공장이 먼지와 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오작동의 원인을 사전에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주권 현대모비스 부장은 “미량의 먼지라도 묻어있는 센서가 MDPS에 부착되면 나중에 센서오작동으로 조향장치에 이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클린룸은 100~1000클래스, 즉 1ft³(28.4리터)에 0.5㎛ 이상의 먼지 100∼1000개 이하 수준의 청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 공장과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부피의 일반 공기에 30만~3000만개의 먼지가 존재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청정지역이라 불릴 만하다. 기자가 찾은 날 클린룸의 청정도는 200클래스 수준이었다.
현대모비스가 클린룸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은 먼지뿐만이 아니다. 온도와 습도도 관리대상이다. 클린룸은 내부의 온도를 20℃, 습도를 50%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허용 오차범위는 온도의 경우 5℃ 이내, 습도의 경우 10% 이내다.
현대모비스가 클린룸 운영 등 10% 가량의 제조원가 상승을 부담하면서까지 MDPS 생산에 정성을 쏟는 이유는 장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아반테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기존 유압식 파워스티어링에 비해 3.1%의 에너지 절감효과와 4.6kg의 중량 절감효과가 있다.
모터식이다 보니 조향장치에서 배출되는 탄소도 없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의 탄소배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자동차회사의 선호도는 더욱 높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2012년까지 전 차종의 35%가량이 MDPS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외에도 정비성이 향상되고 재고비용이 감소되며, 첨단안전기술을 적용하기에도 수월하다. 현대모비스가 MDPS를 반도체처럼 관리하고 있는 이유다.
"마트 직원 아닙니다"
현대차의 최대주력차종인 YF쏘나타 및 TG그랜져의 모듈을 생산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아산모듈공장은 자동차의 3대 핵심 부품인 섀시 모듈과 운전석 모듈, 프론트엔드 모듈을 모두 생산하는 유일한 곳으로 생산능력은 연 30만대에 이른다.
모듈이란 완성차를 만드는데 소요되는 수많은 부품들을 개별단위가 아닌 조립 영역 분야 또는 기능별로 결합해 완성차 생산라인에 직접 공급하는 부품의 단위를 일컫는다.
아산모듈공장 직원들은 다른 공장 근로자가 가지고 있지 않는 총을 가지고 있다. 바로 바코드리더기다. 컨베이어벨트에 의해 이동해 온 부품에 붙여져 있는 바코드를 바코드리더로 읽으면 작업자 시선 바로 앞에 설치돼 있는 LCD모니터에 운전석모듈의 고유번호와 장착되어야 할 부품정보가 나타난다.
작업자는 다시 장착할 부품에 붙어 있는 바코드를 읽는다. 잠시 후 ‘삐익’하는 소리가 나며 모니터에 ‘OK’라는 문자가 뜬다. 정확히 장착된 부품이라는 표시다.
작업자는 부품을 조립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만약 일치하지 않을 경우 ‘NG’라는 글자와 함께 전체 라인이 중단되며 작업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하나의 생산벨트에서 YF쏘나타와 TG그랜져의 운전석 모듈을 함께 생산한다.
"부품 배달사고 없습니다"
현대모비스 아산모듈공장에는 조립라인 주변에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놓아두는 공간이 전혀 없다. 비밀은 트롤리 컨베이어시스템에 있다. 트롤리 컨베이어시스템이란 자재창고에서 작업 순서에 맞게 필요한 부품들이 자동으로 작업자들에게 전달되게 하는 시스템이다. 천정에 레일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필요한 부품은 작업라인 1m 거리로 자동 운반된다. 작업자는 순서에 맞게 필요한 부품들을 꺼내 조립하게 된다. 만약 작업자가 순서를 지키지 않거나 작업을 빠트리게 되면 경고등이 울리게 되고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조립라인은 정지하게 된다. 부품 오결합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시스템이다.
이외에도 에코스시스템은 오디오, 시트벨트, 에어백, 주차브레이크, 배터리 경고등 등 전기로 작동하는 60여가지 부품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사하고, 체결력관리시스템은 규정 수치에 도달하면 작업자가 스위치를 넣어도 자동으로 동력을 멈춰 품질을 확보한다.
품질보증 발판, 글로벌로 확대
현대모비스의 고객사는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기업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아산모듈공장을 방문한 헤르베르트 디에스(Herbert Diess) BMW그룹 구매총괄 담당 부회장도 트롤리 컨베어 및 각종 품질보증 시스템을 둘러본 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BMW구룹은 2011년부터 3년간 할로겐 및 LED를 적용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후미등)를 구입하기로 했다. 국내 부품업체가 BMW에 램프를 공급하는 첫 사례다.
또 지난해 중순부터 다임러사에 3500만달러 상당의 오디오와 9500만달러 상당의 지능형 배터리 센서(IBS), 폴크스바겐사에 2000만달러 상당의 램프, BMW사에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어셈블리(RCL) 수주계약을 성사시킨바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크라이슬러로부터 약 20억달러(한화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프런트섀시모듈 및 리어섀시모듈을 수주했는데 이는 타 모듈 공급업체와의 공개경쟁에서 현대모비스 모듈의 품질·원가·기술·납기 및 협력업체 관리 부문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은 결과였다.
현대모비스 아산모듈공장 생산팀장 조성연 차장은 “직원들의 자유로운 제안, 끊임없는 개선 활동으로 불량률 0%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면서 "품질부분에서만큼은 절대 타협의 여지가 없다. 완성차 경쟁력 및 고객의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