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한 지점에서 근무하는 김기호(가명) PB는 자문형랩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최근 몇 개월 사이 고객들에게 자문형랩 상품만 10억원 가량을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같은 지점에서 근무하는 팀장의 경우 400억~500억원에 달하는 고객들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지만, 아직 고객층이 두텁지 못한 영업 초년병 김PB에게는 만족할만한 실적이다.

증권사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는 요즘 삼성증권이 자문형랩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주식 투자를 통한 높은 수익과 탁월한 서비스로 고액 자산가들뿐 아니라 소액 투자자들의 관심까지 끌고 있는 것이다. 상품의 종류도 더욱 다양화할 계획이어서 자문형랩 시장은 한층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문형랩, 왜 인기인가
자문형랩은 투자자문사가 자산운용을 맡고, 증권사는 주식거래와 계좌관리를 담당하는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 상품의 하나다. 투자자문사로부터 주식투자와 관련해 자문을 받는다는 의미에서 외주자문형랩으로도 불리지만, 보통 '외주'란 말이 생략돼 통용된다.
 
삼성증권은 2008년 하반기부터 자문형랩 도입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고, 지난해 1월 판매를 시작했다. 안성재 삼성증권 포트폴리오운용팀 차장은 "미국이나 일본 등은 자문형랩이 활성화돼 있지만 국내는 아직 그렇지 못해 도입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70여 개 자문사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자문사 선정기준 등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이 자문형랩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높은 주식투자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에 있어 전문성이 있는 투자자문사의 도움을 받아 가능한 것이다.
 
안 차장은 "고객들 사이에서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가 주식에 대한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주식 운용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외주자문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본질적으로 투자자문사는 시장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절대수익을 목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산을 불리고 싶은 투자자들에게 자문형랩은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다.
 
또 일반 투자자들은 역량 있는 투자자문사를 선별하기 위한 정보가 부족하므로, 이를 증권사가 대신해주는 것이다. 투자자문사는 증권사의 뛰어난 마케팅 능력을 활용하는 셈이다.
 
안 차장은 "고객과 증권사는 일임계약, 증권사와 자문사 간에는 자문계약이 성립되는 것"이라며 "자문사에 대한 보수비용이 따로 들지 않으므로 투자자들이 자문사를 직접 활용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고 말했다.
 
펀드와 비교해도 자문형랩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펀드는 편입종목 수가 수십 개에 달하지만, 자문형랩은 보통 10~20종목에 집중하므로 시장 대응이 더욱 빠르다.
 
또 펀드는 환매수수료가 있다. 반면 자문형랩은 별도의 주식매매 수수료는 없으며, 3개월에 한 번씩 선취수수료가 부과된다. 다만 중도 해지 시 잔여기간에 대한 수수료는 환급된다. 펀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운용보고서가 나오지만, 자문형랩은 자신의 계좌를 통해 운용 상황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물론 펀드에 없는 주주의 권리도 갖게 된다.
 
◆삼성증권의 다양한 랩상품
 
삼성증권이 출시한 자문형랩 상품은 10종 이상이다. 자문형랩 상품에 몰린 고객 투자금은 현재까지 4000억원대다.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상품은 케이원포트폴리오로 현재 잔고는 2000억원을 넘어섰다. 4월 21일 기준으로 상품 출시 후 수익률은 무려 130.25%를 기록 중이다. 브레인포트폴리오의 경우 6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이 몰렸으며, 수익률은 72.85%이다. 
 
자문형랩은 보통 1억원 이상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지난해 11월부터 케이원투자자문과 함께 최소 가입금액을 5000만원으로 낮춘 자문형랩 상품도 출시했다. 5월 중 3000만원 이상 투자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자문형랩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안 차장은 "GS자산운용과 함께 3000만원 자문형랩 상품을 구상하고 있다"며 "자문형랩이 조금 더 대중화될 수 있도록 가입 최소한도를 낮추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펀드오브펀드의 개념을 도입한 랩오브랩 상품도 기획하고 있다"며 "펀드에 실망했거나 주식투자에 어려움이 있는 투자자들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중이다"고 덧붙였다.
 
자문형랩에 가입하기 전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수익률을 검토하는 일이다. 장기간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지 자문사의 능력을 따져봐야 한다. 또 대표매니저가 자문사의 CEO인 경우가 투자자 입장에선 유리하다. CEO가 직접 대표매니저까지 맡고 있다면 중간에 매니저가 교체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안 차장은 "투자자보호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면서 일임매매형태의 금융서비스도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본다"며 "국내에서 자문형랩 시장은 완만하게 그리고 꾸준히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