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발표시즌의 시작은 좋았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잠성실적을 보면 매출은 56조원으로 종전기록이었던 지난해 3분기 매출 52조1800억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도 8조8000억원으로, 종전 분기별 최고치였던 지난해 3분기 8조1200억원을 갈아치웠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2011년보다 21.85%, 영업이익은 85.84%나 올랐다. 증권사들이 예측한 기대치를 웃돈 실적이다.
2011년 이후 8번 중 5번 하락
실적시즌이 되면 투자자들은 큰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실적시즌에 진입한 후 주가 움직임이 좋았던 적이 별로 없다. 우리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총 여덟차례의 실적 발표기간 중 주가가 상승한 시기는 단 3차례에 불과하다. 이 기간 동안 평균 조정폭은 -1.5%였다.
특히 2011년은 코스피지수의 상승세를 잠정실적 발표시즌에 깎아먹는 일이 반복됐다. 2011년 총 4차례의 실적발표기간 중 3차례나 하락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11년 초는 직전 해(2010년)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며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나왔다"며 "하지만 2011년 총 3차례나 주가가 하락했다. 기업이익을 추정하는 데 있어 관련 주가의 움직임도 다분히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실적 기대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라
그렇다면 앞으로 한달 정도 진행될 올해 첫 실적시즌의 주가는 어떻게 될까. 강현철 팀장은 "일부 애널리스트의 실적 프리뷰에서도 알 수 있지만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실적시즌 진입을 계기로 주가 움직임도 혼조 또는 조정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실적시즌에도 주가가 조정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 크게 세가지가 꼽힌다. 우선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아직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실적이 기존 예상치보다 13% 안팎으로 줄어든 데 비해 당시 4분기 실적 전망은 5% 미만의 하향조정만이 이뤄졌다. 다시 말해 2012년 4분기 실적 추정치 조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다소 높은 실적추정치가 발표된 상태다. 그 결과 최근 3개월 내내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4분기 실적 추정치에 대해 하향조정하고 있다.
지난 두달간 4분기 실적 추정치는 순이익을 기준으로 6000억원이 줄었다. 특히 최고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순이익은 1조4000억원이 줄어든 상태다. 시장에서 생각하는 실적과 실제 뚜껑을 열었을 경우의 실적치 간에 괴리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 17~18일에 잠정실적을 발표한 포스코, 삼성전기, KT&G 등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이들 기업의 주가는 하락했다.
특히 각 증권사의 실적 예상치에는 4분기 실적이 지닌 특수성과 최근의 원화절상 등 환율 가정치에 대한 변화분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4분기 실적에는 기본적으로 인센티브, 12월 결산법인 배당금, 일회성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들이 설정된다. 이는 기업 실적에 부담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김 팀장은 "경험적으로도 4분기 실적은 일회성 비용 등의 발생으로 인해 시장 예상을 크게 하회한 적이 많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지난해 연말부터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한 원/달러 및 원/엔 환율의 영향도 실적 추정치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1월 들어서도 달러 및 엔화대비 원화의 상대적 강세가 진행되고 있어, 환율 변수는 올 1분기 실적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2012년 말 미국소비가 예상보다 둔화된 점 역시 올 실적시즌의 주가하락을 예상케 하는 요인이다. 전미소매업연합회(NRF)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연휴 시즌 매출이 5798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가량 늘어나는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NRF가 지난 9월 말 예상한 증가율 4.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또 최근 3년 내 가장 낮은 증가율이며, 10년 평균치인 3.2%를 하회한 수준이다.
미국의 연말 연휴시즌은 추수감사절 연휴와 성탄절 연휴, 그리고 연말 연휴가 이어져 소비지출이 특히 많아지는 시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지출 증가율이 감소한 이유는 높은 실업률과 재정절벽 협상 등 불확실성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현금화가 최우선 전략
이 같은 이유로 인해 올해 첫 실적시즌은 ▲상승 동력 ▲매수 주체 ▲주도주가 없는 3부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2월까지는 이 같은 점을 감안한 투자가 필요하다.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더 하회할 경우 올 1분기 실적도 같이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큰 만큼 1분기에는 적극적인 투자보다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팀장은 "최근 경기방어주, 내수주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하는데 이는 이들 주식이 상승한다는 의미보다 빠질 가능성이 적다는 의미"라며 "시장이 조정을 보인다면 개인투자자는 현금화 전략을 펼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4분기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한 화학·건설주는 더욱 피해야 할 것"이라며 "반면 반도체와 조선주는 실적 개선 가능성과 주가가 같은 방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접근이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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