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의 말처럼 은행주는 항상 정부의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는 은행의 주가에는 항상 규제, 정책리스크란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은행주를 짓누른 규제리스크 탓에 일반투자자들은 물론이고 내부사정을 가장 잘 아는 금융지주사 회장들도 자사주 투자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다행히 올 들어 은행주가 '만년 저평가'의 그늘에서 벗어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KB금융과 우리금융, 하나금융, 신한지주 등 4대 지주는 코스피 대비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3만4700원이었던 하나금융지주의 주가는 이달 들어 13.4% 상승하며 3만9350원(1월24일 종가)으로 올랐고 KB금융과 우리금융, 신한지주도 각각 3% 이상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63% 하락했다. 은행업종은 작년 12월에도 코스피 대비 우수한 성과를 나타냈다.
증시전문가들은 최근 은행주의 강세는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분석한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비정상적으로 저렴했던 은행주가 정상적인 구간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국면"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은행주를 사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적회복·규제완화 기대
은행주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유는 실적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가증권 관련 손실 증가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대출 증가세는 미약하고 순이자마진도 하락세가 계속된 것으로 예상돼서다. 그렇지만 부진한 4분기 실적이 저점이란 인식이 강해지면서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몇년 간 4분기 실적이 대부분 충당금 적립 증가 등으로 계절적으로 좋지 않았는데 작년 4분기의 경우 이와 함께 유가증권 관련 손실 및 판관비의 일시적 증가도 주된 원인"이라며 "이런 것들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손실 부담이 아니란 점에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바닥권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주 주가의 족쇄 노릇을 했던 규제리스크가 완화될 것이란 전망도 은행주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구용욱 연구원은 "은행주는 경기적인 이유와 정부 규제 등으로 시장대비 50%가량 할인을 받아왔다"며 "올해는 정부 규제 등이 완화되고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노력 등으로 할인요인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주요국 은행업종의 밸류에이션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은행주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구경회 연구원은 "작년 6월 유럽은행들의 자본 확충으로 유로존 리스크가 현저히 낮아지고 미국의 경제지표가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과 유럽의 은행주가 상승하기 시작했다"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은행주의 밸류에이션 상승이 한국 은행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면서 후행적으로 국내 은행주들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이유 중 하나는 미국 등 선진국 은행주들의 낮은 밸류에이션이었는데 선진국 은행주들의 주가가 오르면서 국내 은행주들도 키 맞추기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름세, 상반기는 쭉~
은행주의 상승세는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원화강세 및 엔화약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수출주보다는 내수주의 상승 여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가총액이 큰 대형 내수주인 은행주가 그 대안으로 계속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내외적으로 상반기 주요국의 경기부양 기대와 대내적으로 새 정부 금융정책의 불확실성 완화 등이 맞물려 상반기에 상승 탄력을 받을 여지가 높다고 강조했다. 은행주의 상승여력은 30% 정도라고 분석했다.
다만 2월에는 조정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황 연구원은 "부진한 2012년 4분기 실적발표, 미국 부채한도 증액 협상, 이탈리아 총선 및 스페인 국채만기 도래 등으로 등락을 반복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고 유럽 이슈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 만한 파급력이 없다는 점에서 3월부터 상승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_류승희 기자
◆"하나금융, 제일 먼저 담아야"
하나금융지주는 은행주 가운데 가장 신바람을 낼 종목으로 손꼽힌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실적에 대한 실망감으로 주가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실적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주가도 양호한 흐름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구경회 연구원은 "하나금융은 은행주의 상승세를 주도할 것"이라며 "지난해에는 외환은행에 대한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고 유가증권 운용부문의 손실을 모두 비용화하면서 실적이 워낙 나빴지만 올해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는 은행이 될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인수와 경영진 변화 이후 지속해온 조직정비 효과도 올해 수익창출 능력을 개선시키는데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성이 높은 BS금융과 DGB금융도 주목해야 할 종목들이다. 최진석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BS금융은 강한 대출성장과 탁월한 자기자본이익률(ROE) 적정 배당성향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지속 가능 ROE가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며 "그만큼 업종대비 성장률을 높게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BS금융의 지난해 대출성장률은 13% 내외로 추정되며 올해도 10% 정도의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ROE는 업종대비 2.5%포인트 이상 높고 배당성향은 15~20%를 유지하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DGB금융에 대해 "자동차 수출 확대에 따른 대구·경북지역의 경기호조로 양호한 여신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대표적인 우량 지방은행"이라며 "가계여신 비중이 낮아 가계부채 구조조정의 영향이 적고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 정책의 수혜를 상대적으로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민영화 이슈가 다시 본격적으로 제기되면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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