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흥행에 성공한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 등장하는 '명대사'(?)가 있다. 주인공 중 한명인 '무대포'(유오성 분)가 싸움을 하면서 내뱉는 말이다. "난 한놈 만 패"라고.

'한놈'에만 집중하는 것이 싸움할 때는 통할지 모르지만 재테크에서는 어림도 없다. 주식 격언인 '달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라는 말처럼 분배를 통해 위험을 피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 돈 모으기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분배보다는 집중을 해야 한다. 이것저것 분배할 돈도 없을 뿐 아니라 여기저기 한눈을 팔아서는 종자돈을 모으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돈을 모을 때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주로 은행예금이 이용된다. 펀드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마이너스 수익이 날 경우는 절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도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외부적인 요인이 아닌 개인적인 리스크다. 갑자기 목돈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인생 그래프상 체계적으로 수립하는 목표인 결혼, 주택 구입 등은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 하지만 본인 또는 가족의 입원 등 불의의 사고로 인해 큰돈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일이 발생했을 때 돈을 한곳에만 모으고 있다면 돈 모으기는 중단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돈을 모으는 단계라고 해도 여러개의 통장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잘게 쪼갤 필요까지는 없지만 비상용으로 관리하는 통장 한두개를 별도로 유지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이는 종자돈을 다 모으고 난 후 투자에 나설 때도 마찬가지다.


◇목적과 시기에 따른 통장관리 필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했다. 이 말은 무조건 새로 시작하는 것을 새로운 것에 담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조건이 달라지면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예금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조건에 따라, 또는 준비상황에 따라 계좌관리를 다르게 해야 한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비상상황에 대비한 자금은 별도로 관리해야 하고, 이보다는 작은 규모로 관리하는 비상금도 종자돈과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종자돈까지 모두 잃을 수 있다. 또 사용시기와 목적에 따라서도 통장관리를 따로 할 필요가 있다. 3개월 후에 사용할 돈을 6개월짜리 예금에 넣어둬서는 안되며, 반대로 2~3년 후에 사용할 예정인 돈을 6개월짜리 예금으로 운영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또 비상시에 사용하기 위해 마련해 놓은 비상금을 가능한 사용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정기예금에 넣어두는 것도 미련한 일이다. 비상금의 핵심은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에 걸 맞는 예금을 찾아서 이용해야 한다. 그렇다고 사실상 이자도 주지 않는 일반은행의 수시입출금 예금에 넣어둬서도 안 된다. 시중은행의 보통예금은 연 0.5%정도밖에 이자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CMA나 저축은행의 보통예금은 이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제공한다. 종자돈 모으기와 별개로 갖고 있는 돈에도 재테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비상시 통장 해약에도 순서가 있다
 
비상시를 대비해 통장을 별도로 마련해 놓았다고 하더라도 비상금으로 모아놓은 돈보다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면 종자돈을 모으기 위해 가입한 정기예금을 해약할 수밖에 없다. 그때는 물론 필요한 예금만큼의 돈이 들어 있는 통장부터 해약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통장에 비슷한 금액이 들어있다면 어떤 통장부터 해약해야 할까.

그 순서는 가장 나중에 가입한, 즉 가입기간이 가장 짧은 통장부터 하는 것이 좋다. 어떤 예금이든 만기 전에 해약을 하면 당초 약정한 금리를 주지 않는다. 은행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해당기간 약정금리의 1/2 정도만 제공한다. 그러나 여기서도 주의할 것이 있다. 해약 시 기준이 되는 약정금리는 만기 시의 금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은행의 금리는 보통 3개월 이상, 6개월 이상, 12개월 이상, 18개월 이상, 24개월 이상 등 주로 6개월 단위로 구분된다. 1년 만기로 정기예금에 가입해 11개월을 불입한 후 중도해약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는 6개월 이상에 해당한다. 말 그대로 6개월 이상이라 함은 6~12개월을, 12개월 이상은 12~18개월 사이를 말한다.

따라서 11개월을 불입한 후 중도해약을 했더라도 지급되는 금리는 6개월 기준금리의 1/2만 제공된다. 즉, 6개월 금리가 연 3%였다면 연 1.5%만 제공되는 셈이다. 최고 기간이 6개월 이상이라면(일반적으로는 3개월) 1% 이하의 금리만 제공된다. 1개월 미만은 이보다도 더 적은 금리를 준다. 따라서 가입기간이 짧은 예금을 해약해야 상대적으로 손실이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