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카드산업이 급성장한 만큼 이해당사자간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몇년간 가맹점수수료율 문제로 시끄러웠고 급기야 지난해 말 새로운 가맹점수수료율 법안이 시행됐다. 이로 인해 카드사들은 올 들어 소비자 혜택을 줄이기 시작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혜택이 줄었으니 불만이고, 대형가맹점들은 수수료를 높이라고 하니 불만이다. 카드사들도 수수료율 축소로 수익이 줄어들테니 걱정이다.
도대체 우리나라 카드산업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이런 혼란과 갈등이 계속되는 것일까. 그리고 이를 해결할 방안은 없는 것일까.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명식 상명대학교 교수에게 의견을 들어봤다.
- 지난해 말 새로운 가맹점수수료 법안이 시행됐는데.
▶이번 가맹점수수료법 개정안은 '포퓰리즘'이다. 서민경제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제대로 체계를 잡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수수료 문제를 건드렸다. 수수료는 수익 기여도 등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 시장경제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시장경제에 맞지 않다.
수수료는 카드네트워크를 관리하기 위한 비용이며, 누군가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처음부터 대형가맹점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 만들어졌다.
카드는 안정성, 편리성, 신속성을 갖춘 지불결제시스템이다. 이를 위해서 최소한의 프라핏(이익)과 유지비용이 필요하다. 이는 혜택을 많이 본 사람이 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카드사와 대형가맹점이 내는 것이 맞다.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는 고민해야 하지만 대형가맹점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
가장 큰 혜택자는 세수를 발굴한 정부다. 정부가 부담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또한 소비자도 카드사용으로 혜택을 봤다. 따라서 소비자도 일부 부담을 질 필요가 있다. 소액결제 시에는 현금이나 체크카드를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 최근 카드사들이 무이자할부를 폐지하면서 시끄럽다.
▶무이자할부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왜 이슈가 되나. 이는 우리 소비자들이 받는 것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VIP급 카드에만 계속 제공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 국민들은 유난히 평등의식이 강하다. 하지만 그런 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와 일반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연회비는 물론 소비패턴도 다르고, 카드사나 가맹점에 기여하는 부분도 다르다. 카드사로서는 기여도가 다르고 내는 연회비가 다른 만큼 차별대우를 할 수밖에 없다.
- 카드사들은 마케팅 규제에 대해 불만이 많은데.
▶이는 끼워 맞추기식 대책이다. 가맹점수수료를 낮추려다보니 비용이 많이 드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기업이 소비자 니즈에 맞추기 위해 신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신상품이 나오면 당연히 마케팅을 해야 한다. 마케팅은 기업 존망의 필수요건이다. 마케팅비용을 줄이면 신상품을 출시해도 의미가 없고, 또 소비자의 니즈를 따라가기도 어렵다.
지나친 마케팅으로 카드사가 어려워지면 퇴출시키면 된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 2003년 LG카드가 퇴출되지 않은 것은 안타깝다. 그때 무리하게 영업하면 퇴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어야 했다. 대신 마케팅비용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 호주의 경우 수수료를 대폭 낮췄는데.
▶호주는 지난 2003년 가맹점수수료를 대폭 낮췄다. 그 대신 소비자에 대한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고 연회비를 높였다. 그리고 추가요금(surcharge)제도가 도입됐다. 소비자가 카드로 결제하면 현금을 낼 때보다 비용을 더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네트워크의 외부효과다. 카드사로서는 가맹점수수료를 낮추면 회원에게 더 받을 수밖에 없다.
- 현재와 같은 갈등국면을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현금결제와 카드결제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현재는 카드로 결제했다고 해서 추가요금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추가요금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그 비율은 가맹점이 알아서 판단하면 된다.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카드결제가 필요하다면 추가요금을 적게 받거나 안 받을 수도 있다. 단 지나친 추가요금이 문제가 된다면 상한선을 두면 된다.
아울러 카드산업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신용이 있는 사람만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신용이 부족한 사람은 체크카드만 사용하도록 하면 된다. 소비자도 혜택본 만큼 연회비 등을 지불한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가맹점도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하지 말고 매출액 증대 및 홍보가 필요한 곳만 가입하도록 하고, 불필요하다면 탈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제는 소득공제 혜택을 없애도 된다. 대신 다른 쪽으로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정부가 나서서 신용경제에 대한 학습을 해야 한다. 신용은 상환능력과 상환의지를 기반으로 한다. 이 중 상환의지가 더 중요한데 우리는 이것이 부족하다. 이는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어린이를 성인 대우해 준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부가 나서서라도 신용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카드사들도 현재와 같은 퍼주기식 마케팅을 지양해야 한다. 대신 시장을 보다 세분화하고 DB(데이터베이스)와 맞물린 마케팅이 필요하다. 무차별 마케팅으로 파이를 키우는 시대는 끝났다. 정교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