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의 기업인수·합병(M&A)시장에 또다시 큰장이 섰다. 지난해 KB금융지주가 인수하려다 실패한 ING생명 한국법인의 매각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2013회계연도가 시작되는 4월, 본격적인 인수전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ING생명에 눈독을 들이는 보험사로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동양생명이 거론되고 있으며 MBK파트너스 등 대형 사모펀드(PEF)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양해진 판매채널에 시너지효과 충분
 
거론된 인수 후보자 중 공식적으로 관심을 표명한 보험사는 한화생명과 동양생명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2월7일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의 타당성을 검토중이나 현재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동양생명 역시 지난 3월6일 공시를 통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추진설과 관련해 전략적 관점에서 검토 중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은 아직까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해외언론인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이 소식통을 인용해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ING생명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ING생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생보사 및 사모펀드는 법률자문사를 선정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화생명은 법무법인 세종, 동양생명은 김앤장, MBK파트너스는 바클레이즈를 선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KB금융지주의 인수작업이 무산된 이후 ING생명 인수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ING생명이라는 대형매물이 시장에 등장하면서 각 매입 후보자별 인수목적 및 시너지효과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동양생명과 ING생명이 합쳐졌을 경우 판매채널 확대라는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동양생명의 주요 상품판매채널이 은행을 통한 방카슈랑스인 반면, ING생명은 설계사를 위주로 한 대면영업이 주영업방식이라는 이유에서다.

2012회계연도(2012년 4~12월)에 동양생명의 전체 초회보험료는 7563억7000만원이었다. 이중 방카슈랑스를 통해 거둬들인 초회보험료는 6492억9200만원으로 약 85%를 차지한 반면 설계사를 통한 실적은 559억1600만원 뿐이었다.

이에 반해 ING생명은 전통적인 '맨투맨' 영업방식을 고수하며 설계사 조직을 통해 모집한 초회보험료가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ING생명의 총 초회보험료는 1319억2900만원이었다. 이중 설계사조직이 1238억1000만원을 기록한 반면 방카슈랑스채널은 80억9000만원에 그쳤다.

대형생보사 관계자는 "방카슈랑스가 주판매채널인 동양생명과 대면채널이 강한 ING생명이 합쳐진다면 다양한 영업채널 확보라는 점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또 "대주주인 보고펀드 입장에서 영업채널을 확대해 동양·ING가 합쳐진 생보사를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현재 동양생명의 최대주주는 57.6%의 지분을 보유한 보고펀드다.


 
◆'너만 아니면 돼'…2위 다툼 각축전 치열
 
현재 국내 생보시장은 이른바 '빅3'로 불리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이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삼성생명은 총자산 178조555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질주하고 있고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각각 74조8862억원, 67조8439억원을 기록했다.
업계가 ING생명 인수전에서 한화와 교보를 주시하는 이유는 ING생명을 인수한 보험사가 명실상부한 업계 2위로 올라서기 때문이다.

ING생명의 총자산은 22조6787억원으로 업계 5위다. 만약 한화생명이 ING생명을 인수하게 된다면 총자산은 96조원대로 크게 앞서나갈 수 있다. 반대로 교보생명이 ING생명의 새주인이 된다면 총자산 약 89조원으로 업계 순위가 뒤바뀐다.

지금까지 한화와 교보는 업계 순위와 관련한 논리대결을 펼쳤다. 총자산을 기준으로 하면 한화생명이 업계 2위이지만 교보생명은 당기순이익이 앞서 실질적인 업계 2위라는 논리를 펴왔다.

대형생보사 관계자는 "ING생명을 인수하는 쪽이 자산·순익면에서 명실상부한 업계 2위를 차지할 것이 분명하다"며 "양사는 ING생명을 누가 가져가도 상대방만 아니면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분 51%만 매각, 새로운 돌발변수

 
최근 ING그룹의 '한국법인 지분 중 51%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련업계에서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고 보고 있다. 이는 ING생명이 인수후보자에게 지분 100%가 아닌 경영권 확보를 위한 51% 지분만 매각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ING그룹이 한국법인을 매각하려는 이유는 현지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기 때문이다. ING는 구제금융자금을 갚기 위해 한국과 동남아 법인에 대한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ING가 51%의 지분을 먼저 매각하면 네덜란드 현지정부가 전체 지분 매각에 따르는 공적자금 회수기간을 연장해 줄 가능성이 크다. ING그룹이 KB금융과의 거래 실패 이후 매각작업이 지지부진해지자 이 같은 대안을 내놨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만약 ING가 지분의 51%만 팔게 되면 매수 후보자 입장에서는 '인수자금'이라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매각금액은 KB금융과의 거래 당시 제시됐던 2조4000억원보다 떨어진 1조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영권 인수가 아닌 회사통합을 원하는 매입 후보자라면 이러한 '딜'이 달가울 리 없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증권사 연구원은 "회사를 컨트롤하기에는 51%라는 지분율이 안정적이지만 규모의 경제를 중시하는 매수자 입장에서는 51% 지분율은 적당한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인수목적이라는 함수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51%의 지분을 선매입한 후 시장상황이 좋아지거나 이익이 발생하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밝혔다.

한편 재추진되는 인수전에서 ING생명의 몸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KB금융이 인수전을 벌이면서 제시했던 2조4000억원보다 높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 대형증권사 연구원은 "현재 시장상황이 초저금리시대를 맞고 있어 금리와 밀접한 보험사 M&A에는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