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일이지만 우리나라 부자들이 해외로 빼돌린 돈이 888조원이나 되며, 이는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한다고 영국의 <더옵서버>지가 발표했다.
최근에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독립인터넷 언론사인 <뉴스타파>가 대표적인 조세피난처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사람들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커다란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이렇게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세금을 탈세하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세계화의 물결 속에 해외부동산의 취득이 자유화되면서 해외에 부동산과 예금 등 해외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또한 국내 부동산시장이 불투명하고 국내에서는 증여세의 부담이 큰데 반해 해외부동산을 취득해 증여하게 되면 증여세를 물지 않아도 돼 개인자산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해외부동산이나 기타 금융자산을 증여한다고 해서 무조건 증여세가 비과세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거주자 여부가 증여기준

우선 증여자 또는 수증자가 거주자인가 비거주자인가에 따라, 그리고 국내재산을 증여하는 것인지 또는 해외재산을 증여하는 것인지에 따라 납세의무가 달라지기 때문에 거주자와 비거주자의 개념부터 알아둘 필요가 있다.

거주자와 비거주자의 판단은 외국인인지 내국인인지, 또는 영주권자인지 시민권자인지 등에 관계없이 <표>와 같은 기준으로 구분한다. 따라서 외국인도 거주자가 될 수 있고, 내국인도 비거주자가 될 수 있다.


거주자란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주소가 없어도 1년 이상 거소를 둔 사람이며 거주자가 아닌 자는 모두 비거주자에 해당한다. 이때 주소란 주민등록상 등록된 주소지를 근거로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및 국내에 소재하는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인 사실에 따라 판단한다. 또한 거소라 함은 주소지 외의 장소 중 상당기간에 걸쳐 거주하는 장소로, 주소와 같이 밀접한 일반적 생활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장소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계속해서 1년 이상 국외에 거주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경우에는 비거주자로 본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국내에 가족이 있고 재산이 있는 등 생활근거지가 국내에 있다면 거주자로 본다. 또한 국내회사의 해외지사로 파견된 임직원이나 해외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은 무조건 거주자로 본다.

비거주자의 판정은 쉽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판정한다. 2년 전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탈세왕 사건의 주인공인 '한국의 오나시스'로 불리우는 선박왕 권혁씨나 구리왕 차용규씨에게 부과된 세금은 그들이 거주자냐 비거주자냐에 대한 판단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거주자와 비거주자의 판정은 일반인들이 상식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해외재산의 증여세 과세기준

증여받는 사람이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 그리고 증여받은 재산이 국내재산인지 해외재산인지에 따라 증여세 과세내용이 달라지므로 각각의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첫째, 증여하는 사람은 거주자이고 증여받는 사람은 비거주자인 경우 국내재산을 증여받는다면 증여세를 내야한다. 반면 국외재산을 증여받는 경우에는 해외에서 개설한 예금이나 적금 등 금융거래를 위해 해외금융회사에 개설한 계좌에 보유한 금융자산을 증여받거나, 법인 전체자산 중 국내자산총액의 비율이 50% 이상인 외국법인의 주식을 증여받는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증여세를 내게 된다. 다만 국외재산을 증여받는 경우로, 증여받는 재산에 대해 외국의 법령에 따라 외국에서 증여세가 과세되는 경우에는 이중과세 방지를 위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증여를 받는 수증자가 비거주자로서 국내 또는 국외에 소재한 재산을 증여받고 증여세를 내야하는 경우에는 유의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세청이 국외에 거주하는 자에게 납세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수증자가 아닌 증여자가 증여세 신고를 해야 한다. 수증자가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으면 증여자가 그 세금을 책임지는 연대납세의무가 부여된다는 것이다.

둘째, 증여하는 사람이 거주자이든 또는 비거주자이든 증여받는 사람이 거주자인 경우라면 증여받는 사람이 국내재산을 증여받든 국외재산을 증여받든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

셋째, 증여하는 사람도 비거주자이고 증여받는 사람도 비거주자인 경우엔 국내재산을 증여받는 경우에만 증여세가 과세된다. 그리고 거주자가 증여받는 경우엔 배우자는 6억원, 직계존비속은 3000만원(미성년자는 1500만원), 기타 친족은 500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지만 비거주자가 증여를 받게 되면 이러한 공제를 하나도 받지 못하게 된다.

국외재산을 증여받고 그 나라에서 증여세를 냈다면 우리나라에서 증여세를 계산할 때 외국에서 납부한 증여세만큼 공제하고 납부하면 된다.

◆비거주자 증여세 신고는 어떻게?

거주자와 비거주자의 판단은 증여에 의해 재산을 취득한 날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증여에 의해 재산을 취득한 이후 거주자가 된다고 해도 비거주자에 대한 제한적인 증여세 납세의무만 있게 된다. 예컨대 비거주자로서 해외재산을 증여받은 후 그 증여받은 재산을 국내로 가지고 들어오거나 그 증여받은 재산으로 국내재산을 취득하면서 거주자로 신분이 바뀐다고 해서 이미 증여받은 재산에 대해 비거주자가 아닌 거주자로 취급해서 증여세를 과세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증여세는 증여를 받는 사람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세무서장에게 증여세를 신고하고 납부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비거주자에게 증여하는 경우에는 비거주자의 국내 주소지가 없으므로 증여받는 사람이 비거주자인 경우 증여세는 증여자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세무서에 신고하고 납부해야 한다. 증여자와 수증자 모두 비거주자인 상황에서 국내재산을 증여하는 경우에는 증여재산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세무서장에게 신고하고 납부하면 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