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민간이 운영하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와 현대로템 컨소시엄이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시 지하철 9호선의 지분 전량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맥쿼리와 현대로템 컨소시엄은 사업철회를 결정하고 지분 매입자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 매입 후보들은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흥국생명이 거론됐으며 이들 회사 역시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보험사들은 왜 논란이 많았던 지하철 9호선 민자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보험업계에서는 SOC사업이라는 특성상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보고 있다.
1. 안정적인 투자처
보험업계는 현재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산을 굴릴만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주요 투자처인 채권에서도 쉽게 단기 수익을 올리지 못해 운용자산이익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3월말 현재 생명보험업계의 운용자산이익률은 4.75%를 기록했다. 생명보험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지난 2011년 3월말 5.88%를 기록한 이후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1년 6월말 5.76%로 떨어진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말에는 4.91%를 기록하면서 5%대 밑으로 하락했다.
문제는 운용자산이익률이 하락하면서 영업이익도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보사들의 지난 2년간 영업이익률은 급속도로 하락했다. 2011년 3월 이후 영업이익률은 5.14%까지 치솟았지만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올해 3월말 현재 2.85%까지 떨어졌다.
대형생보사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이상 국내 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점점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익률도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장상황에서 SOC사업은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정확한 예상수익률을 밝힐 수는 없지만 기존에 보험사가 투자하던 상품에 비해 수익률도 높고 안정적인 사업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지하철 9호선에 지분투자를 한 보험사 관계자도 "꾸준히 투자 당시 예상수익률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2. RBC비율 향상에 영향
보험사가 SOC사업에 관심을 갖는 두번째 이유는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RBC)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RBC 산정기준을 완화했는데 여기에 SOC사업 투자가 포함됐다.
지난 6월19일 금감원은 '보험회사 자산운용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SOC 투자관련 신용리스크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개선안에 따르면 SOC사업과 관련해 정부가 투자원금을 보증하는 경우에는 '무위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투자 시 위험도(리스크)가 없는 투자로 보겠다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SOC사업에 대해 정부가 투자원금을 보증하더라도 2%의 위험계수가 적용됐다.
정부로부터 결손보전을 받는 사업부분에 대해서도 '무위험'이 적용된다. 지금까지는 공공기관의 영위사업 중 정부로부터 일부에 대해 결손보전을 받더라도 전체 사업에 대해서는 신용등급별 위험계수가 적용됐다.
당국이 SOC사업 등 공공기관 사업 투자에 대한 위험도를 완화한 결정적인 이유도 시장상황과 연관이 깊다. 저성장과 저금리로 수익창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에 대해서는 위험도를 낮춰 보험사 수익률 향상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RBC와 투자수익률은 반비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러나 SOC사업 투자는 RBC와 수익률을 동시에 올릴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3. '평판리스크' 영향 없다
보험업계에서 민자사업 투자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을 당시엔 '평판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민자사업은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는 것이어서 자칫 요금 인상 등의 이슈가 발생했을 때 보험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한 생보사 관계자는 "맥쿼리가 9호선 요금을 인상한다고 했을 때 외국자본의 먹튀 논란 등 말들이 많았다"며 "신뢰가 생명인 국내 보험사에게 이러한 논란은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 지하철 9호선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 보험사들은 이러한 평판리스크에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서울특별시가 이번 매각협상을 통해 요금결정권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실제 이번 매각작업의 핵심은 서울시가 지하철 9호선의 요금결정권을 가져가는 부분이다. 과거와 같은 요금인상 논란을 피하고 시민에게 좀 더 나은 교통편의를 제공하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문제가 됐던 최소운영수익보장(MRG) 금액도 줄여 '퍼주기 논란'을 피해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하철 9호선에 투자하는 보험사는 의결권이 없는 단순투자 형태로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직접 지하철 9호선 사업지분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지분을 매입하는 투자펀드 등에 돈을 넣는 방식인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계약을 통해 서울시는 그간 9호선 민자사업과 관련된 논란을 종식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구조는 투자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맥쿼리는 현재 서울 지하철 9호선 지분의 24.53%를 보유 중이며, 현대로템의 지분율은 25%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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