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공공기관의 냉방기 사용이 전면 중단된 가운데 정부청사 한 사무실에서 직원이 더위를 참지 못하는 표정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갈퇴근·계단 이용·광고판 소등 에너지 절약 백태
기업들이 더위와 싸우고 있다. 최악의 전력대란 우려가 가중되면서 너도나도 에너지절감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금융권도 폭염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과거 고객들은 도심속 피서지로 가까운 지점의 은행 문을 두드렸다. 고객들은 은행에서 굳이 업무를 보지 않더라도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창구로 이용했다.
 
하지만 전력난이 지속되면서 은행 본점은 물론 전국의 창구도 대부분 실내온도를 27~28도 이상으로 맞추고 있다. 일부 고객들은 은행창구가 너무 더워 업무를 보기 힘들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정부 방침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들 정시퇴근하고 엘리베이터 중단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전직원들에게 오후 6시 정시퇴근을 주문했다. 그동안 반복되는 야근을 고려하면 사실상 '단축근무'인 셈이다. 이 회장은 "최근 원전 가동중단 사태와 연이은 발전소 고장 등으로 국가적인 전력난이 우려된다"며 "오후 6시가 되면 모두 퇴근하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최대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최근 혼잡시간을 제외한 시간대에는 엘리베이터를 1대만 운영한다. 또 본점 지하 1층에서 로비, 로비에서 3층, 상암센터 1~2층의 에스컬레이터는 운행을 중단했다. 점심시간에는 중앙관제실에서 강제 소등하고 피크시간대에는 전등의 절반을 끈다.
 
KB국민은행은 오후 2~5시 사이의 전력사용을 자제 중이다. 사무실과 회의실 등 불필요한 공간의 전등을 소등하고 있다. 
 
간판 전원을 끄는 모습도 눈에 띈다. 외환은행은 6월부터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의 '외환은행 환율광고판' 가동을 중단했다. 광고판 가동중단은 8월말까지다. 또한 하반기부터 매월 전년 동월대비 전력수도료 비용(예산집행 기준)을 5% 이상 절감한 영업점을 우수 영업점으로 선정, 소정의 포상도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영업점에서 업무종료 후 조명을 일괄 소등하고 있다. 간판 조명도 기존보다 30분 늦게 켠다. 본부에서는 오후 전력피크시간대뿐만 아니라 오전 10~11시에도 에스컬레이터 운행정지 등을 통해 전력을 비상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면서 은행 직원들도 무더위와 전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직원들마다 자리에 선풍기를 틀거나 부채를 부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은행들은 또 무더위를 극복하기 위해 양복에 넥타이 대신 반팔티 등 간편복을 입도록 유도하고 있다.
 
영업점에 근무하는 한 은행원은 "요즘에는 실내보다 차 안에서 에어컨을 트는 것이 더 시원하다"며 "폭염이 지속되면서 일부 직원들은 큰일이 아니어도 회사 업무차량을 끌고 외부로 나가려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공기업 직원에 비하면 은행 직원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일부 행원들은 "정부부처와 공기업 등은 하루 종일 에어컨을 중단해서 실내온도가 30도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정부부처는 전기마저 아예 소등해 냉방기를 전혀 이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 그들을 보면 그나마 우리는 행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