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일주일 전, 양가 어머니의 머리장식과 메이크업을 담당할 업체를 고르던 예비신부 김모씨는 자신의 결혼준비를 도와주는 플래너에게 해당업체를 추천받기로 했다. 김씨는 플래너로부터 혼주전문 메이크업업체를 소개받으면서 "혼주 메이크업은 한명당 25만원"이라는 말을 들었다. 워낙 큰돈 쓸일이 많아 돈 쓰는 일에 무감각해진 탓일까. 김씨가 그대로 계약을 진행하려 하자 오히려 주위 친구들이 말린다. "메이크업 한번 받는데 25만원이라니? 누구를 봉으로 보나!"
언뜻 이해가 안되지만 결국엔 지갑을 열게 되는 곳. 바로 웨딩시장이다. 웨딩업계가 큰 산업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많은 웨딩업체에 신랑신부는 '봉' 같은 존재다. '결혼' '웨딩' '혼수' '허니문'이라는 글자만 붙어도 값은 배로 뛴다. 심지어 같은 신발임에도 '웨딩슈즈'는 더 비싸다.
업체 측은 질 높은 서비스로 만족감을 주겠다고 장담하지만 정작 결혼을 마친 신랑신부는 어딘지 모르게 찝찝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결혼식 비용을 점검해봤다.
◆ 추가비용은 업계 관행?
웨딩비용이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일등공신은 각종 추가비용이다. 적게는 100만원대, 많게는 400만~500만원 등 부르는 게 값인 웨딩업계에서 10만~20만원을 추가 지불하는 건 예삿일이다.
예컨대 소위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가격으로 250만원에 계약했더라도 스튜디오 촬영을 진행하고 예식을 마치고 나면 250만원을 훨씬 초과하고 만다. 가장 심각한 건 스튜디오 촬영이다. 업체마다 가격차이가 나지만 보통 스튜디오 촬영을 마치고 나면 ▲사진 선택(셀렉)비용 10만원(돈을 내지 않으면 사진작가가 임의로 사진을 선택한다) ▲원본 CD값(사진 보정을 안할 경우 25만원, 보정완료할 경우 40만원) 등이 추가된다. 여기에 서비스로 주겠다고 약속한 '기본액자'는 도저히 벽에 걸기 어려운 품질임을 확인하게 된다. 기본액자에서 조금 괜찮은 액자로 등급을 올리면 또 다시 30만원이 추가된다. 대부분의 업체가 서로 짠 듯이 추가비용 물가가 대동소이하다.
예비신부 A씨는 "웨딩박람회를 통해 계약해 저렴한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바가지를 쓴 것 같다"며 "호구 취급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상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B씨는 "당연히 서비스인 줄 알았는데 비용을 달라고 하더라"며 "각종 추가비용 때문에 가격이 부풀려지는데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코 베이기 십상"이라고 토로했다.
웨딩드레스 피팅비는 이미 관행으로 굳어진 지 오래. 피팅비란 스튜디오 촬영용과 결혼식 당일날 입을 드레스를 선택하기 위해 입어보는데 드는 비용이다. 드레스를 입어보려면 국내브랜드 드레스는 3만원, 수입드레스는 5만원을 내야 한다. 통상적으로 드레스업체 3곳을 정해 '투어'를 다니는데 이렇게 되면 드레스 피팅비용만 9만원이 훌쩍 나간다. 수입드레스를 입어보면 15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드레스업체와 웨딩컨설팅업체는 "드레스협회에서 정한 것"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협회가 피팅요금을 정하는 것은 명백한 담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1년 웨딩드레스 피팅비를 일률적으로 결정하고 드레스업체에게 강제한 SWA서울웨딩드레스협회에 대해 1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예비신부 C씨는 "웨딩비용 중 이해 안되는 항목이 너무 많다"며 "드레스를 사는 것도 아니고 입어만 보는데 돈을 내라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웨딩업계는 일종의 '서비스 비용'이라고 해명한다. 한 웨딩플래너는 "예전에는 드레스를 일일이 입어볼 필요 없이 웨딩홀이 빌려주는 드레스를 골라 입었다"며 "요즘에는 고객의 수요와 기호에 따라 드레스를 고를 수 있다. 돈을 받더라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게 웨딩업계의 생각"이라고 해명했다.
스튜디오에 붙는 추가비용 역시 "추가비용에 대해 언짢아하는 이들이 많은데 사진에 대한 저작권이 스튜디오의 개별 작가에게 있기 때문에 추가비용을 받는 문제 역시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웨딩업계 한 관계자는 "웨딩업계가 만들어 낸 결혼문화는 신랑신부가 고민 없이 그저 따라가려고만 해서 굳어진 것 같다"며 "업체간 경쟁이 과열된 만큼 자정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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