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망해도 동료와 관계 계속 유지하면 언젠가는 재기
# 중학생이 세무서를 찾았다. 세금계산서를 발행받기 위해서다. 세무서 직원들은 그러나 중학생이 창업한 선례가 없고, 거짓말이라며 그 아이를 돌려보냈다. 이 아이는 몇 년 후 월매출 2억원을 올리는 청년창업가로 성공한다.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도전형 인물’이다. 실패를 해봐야 성공할 수 있다고 스스로 말하는 표 대표는 중학생 시절 창업을 시작해 20대 후반인 지금 번듯한 벤처기업인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표 대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 전형적인 ‘도전형 인재’다. 실패와 업종전환을 거듭하며 성공ㅁ을 이뤄낸 오뚜기형 인재로 <머니위크>가 선정한 창조인재 25인에 선정될 수 있었다.
◆“사장님이면 많은 돈 버는 줄 알았던 아이”
표 대표의 어릴적 꿈은 과학자였다. 그러던 어린시절 친척집에 방문했다. 조그마한 사업체를 운영하던 친척집은 집도 넓고 골프채가 있는 등 화려했다. 그날 이후 표 대표의 꿈은 과학자에서 사업가로 바뀌었다.
사업가로 꿈을 키우던 표 대표의 창업은 매우 빨리 찾아왔다. 중학생 시절 도메인 등록 대행 서비스를 시작한 것. 아침에는 학교를 다니고 방과 후에는 이메일로 받은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했다.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친구들과 회사를 같이 운영했습니다. 중학교 시절이었던 2000년 당시 1억 가까이 돈을 벌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사업수완이 남달랐던 표 대표는 지난 2006년 ‘위자드닷컴’이라는 인터넷 서비스 벤처기업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에 도전했다.
위자드닷컴은 당시 개인화 포털을 출시했으며 2008년에는 위젯 플랫폼인 ‘위자드팩토리’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2009년 네이버, 다음 등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와 제휴를 맺고 수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당당히 위젯 업계 1위를 달성했다.
◆“실패를 통해 공부하라”
그러나 성공 후 그는 사업에 대한 ‘재미’를 잃었다. “처음에는 위젯을 만들고 공급하는 기술회사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한 광고회사로 변질되고 있더라구요. 그러면서 후회하기 시작했어요.”
재미가 사라져서였을까. 이 시기 그는 처음으로 ‘실패’를 맛보게 된다. 국내 IT산업의 기류가 컴퓨터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위젯의 사업성은 급격히 사라졌다.
그는 ‘게임’으로 사업을 전환하기로 했다. 회사에 이 사실을 알리자 주주들은 크게 반발했다. 무리한 신사업 확장이라는 것이다.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표 대표는 ‘그렇다면 나 혼자 나가서 사업을 하겠다’며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렇게 탄생한 회사가 ‘루비콘게임즈’였다.
창업 직후 기술진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 근무했던 기술진은 다들 실력은 있지만 소위 스펙이 안되거나 필드에서 뛰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그러나 대기업에 대한 일종의 ‘복수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5개의 게임을 개발했다. 개발된 게임은 싸이월드와 제휴를 맺고 소비자들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루비콘게임즈도 실패했다.
“보통 게임 하나를 제작하는데 3억원 정도의 비용이 듭니다. 도토리 300만개를 팔아야 본전치기를 하는 구조였지요. 문제는 싸이월드 상의 게임유저들의 특징이 도토리를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2012년 초, 회사가 망했습니다.”
본전치기도 하지 못한 표 대표는 빚을 갖고 위자드웍스로 돌아왔다. IT업계 시장 상황이 컴퓨터에서 모바일로 옮겨 갔다고 생각한 그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다.
“당시에는 모바일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할 만한 기술력이 없었어요. 그래서 1억원짜리 프로젝트를 400만원에 만들었어요. 싼 가격에 제작하면서 모바일에 대해 배울 수 있어서 손해는 아니었습니다.”
모바일 관련 기술력을 쌓은 표 대표는 위자드웍스만의 제품 만들기에 매진한다. 이 시기 그는 컴퓨터의 ‘곰플레이어’, ‘알툴즈’ 같은 누구나 알만한 유틸리티를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틸리티 개발에 매진한 그는 결국 ‘솜노트’를 만들었고 이후 ‘솜투두’까지 출시하면서 다시 한번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에버노트와 경쟁하고 있는 ‘솜노트’는 카카오톡과 연계해 이미 120만 사용자를 확보했다. 이로써 올해 ‘인터넷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미국 ‘웨비 어워드(webby award)’를 수상했다.
◆“사람을 잃지 말아라”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을 한 문장으로 콕 집어달라는 질문에 그는 “사람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사업지론은 ‘회사는 결국 망한다’이다. 그러나 어떻게 망하느냐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회사가 망해도 함께 일했던 동료를 잃지 않았다면 그것은 실패라고 할 수 없습니다. 결국 회사를 성장시키고 성공시키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이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면 언젠가는 재기할 수 있습니다.”
‘성공한 젊은 CEO’라는 주변의 시각에 대해 그는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더 크게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 역시 후배들을 위해서였다.
“제가 강연을 나가고 후배를 만나 조언을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더라구요. 누구나 인정할 만한 위치에 도달해야 후배들이 제 말에 귀를 기울일 것 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크게 위자드웍스를 키워야 해요.”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그는 또 고민에 빠졌다. 11월에 있을 기업설명회(IR) 때문이다. 위자드웍스는 인터넷(유투브)을 이용한 ‘오픈IR’을 준비 중이다.
고민하는 표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주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회사의 리스크마저도 공개해야 한다’는 그의 지론이 떠올랐다.
☞ 프로필
1985년 11월9일 서울 출생/연세대 신문방송학과·경영학과 졸업/연세대학교 경영학과대학원 석박사통합과정 재학중/2000년 다드림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2006년 액센츄어 서울지점 마케팅팀/2009년 중소기업청 정책자문위원/2010년 KBBA 부회장/2010년 루비콘게임즈 대표이사/2006년~현재 위자드웍스 대표이사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